한겨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8일 미국은 이란 최정예군인 혁명수비대를 테러조직으로 지정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이 다른 나라의 정부군을 테러조직으로 지정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란도 중동에 주둔하는 미군을 테러조직으로 지정하는 등 맞불 대응에 나서며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조처는 이란이 테러지원국일 뿐만 아니라, 혁명수비대가 테러 활동에 재정 지원을 하는 등 국정 운영의 도구로 테러리즘을 조장하는 데 적극 가담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마디로 혁명수비대가 국제 테러 활동을 지휘하고 실행하는 이란 정부의 주요 수단이라는 얘기다.

이번 조처로 이란 혁명수비대를 지원하는 이들은 미국 입국이 금지될 수 있으며, 제제 위반으로 기소될 수도 있다고 <에이피>(AP) 통신 등이 보도했다. 아울러 미국 군인 및 외교관들은 혁명수비대와 관련이 있는 이라크·레바논 당국 관계자들과의 접촉도 금지될 것으로 보인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이번 조처는 이란의 고립을 심화하는 한편, 중동 및 인근 지역의 테러·과격단체들의 활동에 지원됐던 자금줄을 돌려 압박을 증대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1979년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호메이니가 이슬람혁명을 수호하겠다는 목적으로 만들었다. 12만5000명의 병력을 지닌 혁명수비대는 일반 정규군과 별도로 독자적인 육·해·공군 부대를 보유한 최정예 군사 조직인 동시에, 이란 경제의 70% 정도를 통제하고 상당한 정치적 영향력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이 이처럼 이란 체제의 중추를 담당하는 혁명수비대를 알카에다나 이슬람국가(IS)와 같은 테러조직으로 지정한 것은 사실상 이란 정권의 합법성을 부정하는 의미로 읽힐 수 있다. 미국 국방부와 중앙정보국(CIA)은 혁명수비대의 위상을 고려할 때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많을 수 있다며 테러조직 지정에 반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라크와 레바논에서 미국의 행동반경을 좁히고, 이스라엘과 인접한 시리아에서 혁명수비대나 레바논 헤즈볼라의 보복성 군사행동 수위가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란은 미국의 조처가 “불법적이고 위험한 것”이라며 상응 조처에 나서고 있다.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는 성명을 내어 “미국의 이런 조처는 중동과 전세계의 평화와 안정을 저해하는 것”이라며 “이 결정이 초래할 모든 파국은 전부 미국 정부에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이란은 즉각 미국을 ‘테러지원국가’로, 중동 주둔 미군 중부사령부를 테러조직으로 지정하며 맞불 대응에 나섰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