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국제 중동·아프리카

[평화원정대] 한국전쟁 참전 에티오피아인 “죽기 전 남북통일 보는 게 꿈”

등록 2018-06-02 05:00수정 2018-06-02 17:01

평화원정대-희망에서 널문까지

84살 니콜라, 한반도 관심 여전
한국 보훈처 ‘평화의 사도’ 임명
문 대통령·김 위원장 평가하기도
“평화는 결국 정치…잘하고 있다”
한국전쟁 참전군인 바실리오스 니콜라가 지난 25일 오후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 집에서 한국전쟁 참전 당시 사진을 보여주고 있다. 아디스아바바/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한국전쟁 참전군인 바실리오스 니콜라가 지난 25일 오후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 집에서 한국전쟁 참전 당시 사진을 보여주고 있다. 아디스아바바/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바실리오스 니콜라(85)는 에티오피아 수도 아디스아바바에서 가장 번화한 아프리카 애비뉴 중심가의 6층짜리 아파트에서 혼자 산다. 동네 산책을 하거나 친구와 영화를 보며 소일한다는 그는 나머지 시간엔 집에서 텔레비전 앞에 앉는다. <시엔엔>(CNN)이나 <비비시>(BBC) 채널을 즐겨 본다. 지난 25일 오후 그의 집에서 만난 니콜라의 얼굴에는 평온과 여유가 넘쳤다.

“전쟁을 해서라도 평화를 지켜야 한다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건 말도 안 되는 얘기죠. 전쟁이 얼마나 무서운지 모르는 사람들이 꼭 그런 얘길 하더라고요. 평화는 결국 정치이고, 정치를 통해서만 담보할 수 있어요. 그런 점에서 요즘 남한과 북한이 잘하고 있더군요.”

그는 전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을 열지 않겠다고 폭탄선언을 한 것도 뉴스를 보고 알고 있었다. 그가 한반도 정세를 둘러싼 남·북·미 인물평을 내놨다.

“문재인 대통령은 평화정치를 잘하고 있는 것 같고, 김정은 국무위원장(그는 ‘프레지던트 김정은’이라고 했다)도 많은 태도 변화를 보이고 있어요. 문제는 트럼프인데, 그는 너무 단정적이고 어린애 같은 농담만 해요. 자꾸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는 게 문제예요. 트럼프는 평화를 위해선 일단 함께 자리에 앉아야 한다는 것, 그리고 대화를 통해 협상을 해야 한다는 것을 잘 알아야 해요.”

니콜라의 생애를 알고 나면 그의 해박함에 수긍이 간다. 무엇보다 그는 지한파다. 66년 전 남한에 와 총을 든 한국전 참전용사다. 2014년 7월엔 서울에 와서 국가보훈처장이 주는 ‘평화의 사도’ 임명장을 받았다.

“한국의 자유와 평화를 지켜라.” 1951년 라디오와 신문을 통해 접한 하일레 셀라시에 에티오피아 황제의 말에 귀가 솔깃했다. 왕실근위대인 ‘강뉴 부대’에 자원입대해 여섯달 동안 기초군사훈련을 받았다. 1952년 초 유엔군의 일원으로 파병된 19살 아프리카 청년의 눈에 비친 한국의 첫 모습은 눈 덮인 부산이었다. 그는 정찰병으로 근무했다. 전우들이 교전 중에 전사해 고국으로 송환되는 모습도 여러 차례 목격했다.

전우 121명의 목숨을 바쳐가며 셀라시에 황제의 두가지 명령 가운데 첫번째 명령을 지켰다. ‘한국의 자유’였다. 그러나 ‘평화’라는 두번째 명령은 완수하지 못했다. 1953년 여름 정전협정이 맺어지면서 그도 귀환했다.

평화원정대가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에서 만난 한국전쟁 참전군인 바실리오스 니콜라가 자신이 생각하는 평화의 의미를 담은 ‘한장의 평화’를 들어 보여주고 있다. 니콜라는 ‘자유’(Freedom)를 평화의 뜻으로 풀었다. 이르가체페/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평화원정대가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에서 만난 한국전쟁 참전군인 바실리오스 니콜라가 자신이 생각하는 평화의 의미를 담은 ‘한장의 평화’를 들어 보여주고 있다. 니콜라는 ‘자유’(Freedom)를 평화의 뜻으로 풀었다. 이르가체페/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니콜라는 귀국 뒤 아디스아바바에 있는 미국대사관에서 30여년 시설관리 업무를 맡아 일했다. 1986년 미국 국무부가 주는 아프리카지부 대표직원 표창도 받았다. 아내와 사별하고 대사관을 그만둘 때 상급자가 미국 영주권을 얻을 수 있게 도와줬다. 미국에서 아이들과 5년 넘게 살면서 시민권도 땄다. 니콜라는 “미국보다 에티오피아가 좋아서 아이들을 남겨놓고 다시 돌아왔다”고 했다.

한국전 참전군인이 아직 200여명 정도 생존해 있고, 그는 두어달에 한번씩 열리는 모임에 나가 늙은 전우들을 만난다. 니콜라는 “한국은 내게 에티오피아에 이어 두번째 나라”라고 말하며 활짝 웃었다.

“아직도 남한과 북한의 전쟁은 끝나지 않았죠. 죽기 전에 남한과 북한이 통일되는 걸 보는 게 꿈이에요.”

아디스아바바/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국제 많이 보는 기사

그린란드 가지겠다는 트럼프, 큰아들 보냈다…덴마크 반발 1.

그린란드 가지겠다는 트럼프, 큰아들 보냈다…덴마크 반발

아사히 “윤석열, 총선 전후 소폭 20잔씩 새벽까지 폭음” 2.

아사히 “윤석열, 총선 전후 소폭 20잔씩 새벽까지 폭음”

‘LA 해안가 산불’ 3만명 대피 명령…1분당 축구장 1개 면적 불타 3.

‘LA 해안가 산불’ 3만명 대피 명령…1분당 축구장 1개 면적 불타

프랑스 극우 상징 장 마리 르펜 사망 4.

프랑스 극우 상징 장 마리 르펜 사망

일본, 왕위 계승 후보자 고갈…여성 일왕·옛 왕족 입양 논의도 5.

일본, 왕위 계승 후보자 고갈…여성 일왕·옛 왕족 입양 논의도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