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현지시각) 이슬람국가(IS)와 이라크군 사이의 전투가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이라크 북부 모술 서부지역에서 전투 중에 파괴된 집더미에서 시민구조대원들이 희생자가 있는지 살펴보고 있다. 모술/AP 연합뉴스
이라크에서 미국의 주도로 이슬람국가(IS) 격퇴전을 벌이는 국제동맹군에 대해 유엔이 전술 변경을 요구하고 나섰다. 최근 이라크 제2도시이자 이슬람국가의 최대 근거지인 모술에서 미군의 오폭으로 많게는 500명이 넘는 민간인이 몰살당한 사건으로 민간인 보호에 비상이 걸린 것이다. 이라크 동맹군은 지난해 10월부터 모술 탈환전을 본격화해, 현재 모술 서부를 제외한 대부분 지역을 장악하고 막바지 공세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자이드 라아드 후세인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28일(현지시각) 성명을 내어 “이슬람국가 세력에 인간방패로 붙잡힌 민간인들이 몰려있던 건물이 이라크 보안군과 국제동맹군의 공습과 이슬람국가가 설치한 폭발물로 무너진 잔해더미에서 주검들이 계속 발견되고 있다”고 밝혔다. 후세인 대표는 이어 “적들은 목적을 위해 민간인을 무자비하게 착취하고 위험으로 밀어 넣는데 한줌의 거리낌도 없다”며 “이라크군과 국제동맹군이 이런 함정을 피하고, 국제 인도주의법의 원칙에 부합하는지 전술을 재검토해 민간인 희생을 피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유엔은 모술 서부 탈환 작전이 시작된 지난달 17일부터 이달 22일까지 한 달간 민간인 사망자가 최소 307명이라고 밝혔다. 이달 23일부터 26일까지 보고된 95명이 확인되면 민간인 사망자는 400명을 웃돈다.
이슬람국가는 패색이 짙어지자 민간인들을 인간방패로 활용하고 곳곳에 부비트랩을 설치해 민간인 피해가 급증하고 있다. 유엔은 이슬람국가가 민간인들을 서부 지역으로 강제 이주시키고 있다는 보고도 있다고 밝혔다. 지난 20일에도 바브 알베트 지역의 38개 가족을 서부로 강제이주시켰다는 것이다.
동맹군의 공세와 이슬람국가의 저항으로 전투가 격렬해지면서, 모술 주민들은 옴짝달싹 못한 채 덫에 갇혀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
티그리스 강을 건너 모술을 탈출하려는 주민들은 이슬람국가와 이라크군 저격수들 양쪽에서 총격을 받고 있다고 영국 <인디펜던트>가 27일 현지 르포로 전했다. 이슬람국가는 도시를 탈출하는 주민들에게 무차별 총격을 하고, 이라크군과 동맹군도 티그리스강 서부에서 야음을 틈타 강을 건너 탈출하려는 주민들이 이슬람국가 무장세력과 분간이 안되는 탓에 무조건 총을 쏘고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이라크 보안군은 티그리스강을 건너 잠입하려는 이슬람국가 대원들을 사살했다고 밝혀왔지만 그들 상당수는 피난을 떠난 민간인일 가능성이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남아있는 주민들도 식료품과 물 등 생필품이 극히 부족해 고통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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