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북부도시 알레포의 샤아르 지역에서 지난 9일 한 소녀가 힘겹게 물통을 들고 가고 있다. 알레포/AFP 연합뉴스
시리아 내전 초기에 태어난 4살 꼬마 파레스는 인접국인 레바논의 난민캠프에 살면서 어른들의 농사일 등 잡일을 돕는다. 파레스는 최근 유니세프(유엔아동기금)의 현지구호팀 활동가에게 “난 글을 읽거나 쓸 줄 몰라요. 내가 아는 것이라곤 하늘과 바다, 해님을 그리는 것뿐이에요”라며 “집(난민캠프)을 떠나고 싶어요. 여긴 감옥 같아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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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 내전이 이번주로 6년을 맞았다. 2011년 아랍 민주화 시위인 ‘아랍의 봄’으로 촉발된 내전은 발발 이후 지금까지 32만명의 사망자와 시리아 전체 국민 2250만명(2012년 기준)의 절반인 1200만명의 전쟁 난민을 낳으며 21세기 최대 비극으로 기록되고 있다.
모든 전쟁이 그러하듯 시리아 내전에서도 민간인, 특히 여성과 어린이, 정치·종교적 소수자 등 사회적 약자들이 최대 피해자다. 유니세프가 13일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에만 시리아에서 최소 652명의 어린이가 공습이나 포격 등으로 목숨을 잃었으며, 850여명의 어린이가 무장세력에 의해 소년병으로 끌려갔다. 확인되지 않은 사례를 포함하면 실상은 훨씬 심각할 것으로 추정된다. 또 수많은 어린이가 불구가 되거나 자살폭탄 공격에 동원되고, 심지어 포로의 처형 집행을 강요받기도 했다. 여자 어린이들은 성적 착취의 희생양이 됐다.
유니세프는 전체 가구의 3분의 2가 넘는 가정에서 어린이들이 가족의 생계를 위해 학교 대신 노동에 내몰린다고 밝혔다. 시리아에서 구호에 의존해 연명하는 어린이가 600만명에 이르며, 터키, 레바논, 요르단, 이집트, 이라크 등 인접국에서 난민으로 떠도는 시리아 어린이도 200만명이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한편, 국제 민간구호기구인 세이브더칠드런은 ‘보이지 않는 상처’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시리아 어린이들이 ‘독성 스트레스’ 증상을 보이고 있다며, 설문조사 결과 성인 응답자의 51%가 “청소년들이 약물에 빠져들고 있다”고 밝혔고, 응답자의 27%는 “아이들의 자해나 자살이 늘고 있다”고 답했다.
조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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