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국가(IS)가 장악하고 있는 이라크 북부도시 모술 탈환작전에 참가한 쿠르드족 민병대 페슈메르가의 한 저격수가 17일 모술에서 동쪽으로 25㎞ 쯤 떨어진 자르다크 산악지대에 배치돼 총을 겨누고 있다. 자르다크/UPI 연합뉴스
이라크내 이슬람국가(IS)의 마지막 주요거점인 모술을 탈환하기 위한 대규모 군사작전이 17일 새벽 개시된 가운데, 미국 등 서방의 지원을 받는 이라크 정부군 쪽이 비교적 순조롭게 모술로 진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슬람국가 무장세력은 자살폭탄, 지뢰, 부비트랩, 포로 처형 등 온갖 수단을 동원해 저항하고 있다. 전쟁의 덫에 갇힌 모술 주민들의 인도주의적 위기와 종파 갈등에 따른 보복 폭력의 우려도 나온다.
이라크 정부군과 함께 이번 작전에 참가한 쿠르드자치정부의 마수드 바르자니 수반은 17일 저녁 기자회견을 열어 “쿠르드 민병대가 이슬람국가 세력을 최전방에서 8km가량 후퇴시키면서 그들이 점령했던 땅 200㎢를 되찾고 마을 9곳을 해방시켰다”고 주장했다. 쿠르드족은 이번 대공세에서 페슈메르가 민병대를 지상군 전투의 선봉에 세웠다.
미국 국방부의 피터 쿡 언론담당관은 “작전의 초기 전황을 보면 이라크 정부군이 목표를 달성하고 있으며, 첫날 예정했던 계획보다 앞서고 있다”고 말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18일 전했다.
이슬람국가는 자살폭탄과 부비트랩, 지뢰 매설, 포로 참수 등 온갖 수단을 동원해 저항하고 있다. 이슬람국가의 선전매체 <아마크>는 17일 이슬람국가 전사들이 쿠르드 페슈메르가 민병대를 상대로 8차례의 자살공격을 감행하고 2대의 험비 군용차를 파괴했다고 주장했다. 이 매체는 또 이슬람국가 대원이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에서도 자살폭탄 공격을 벌여 이라크군 12명을 죽였다고 보도했다.
쿠르드 민병대 전투원인 히샴 카자르는 이날 <에이피> 통신에 “친척 한 명이 타고 있던 험비 차량이 작전 중 자살폭탄 차량의 돌진 공격을 받아 숨졌다”며 “우리는 쿠르드족 영토를 되찾기 위해 싸우므로, 그런 희생은 치를 값어치가 있다”고 말했다. 이라크 북부 산악 지역은 2014년 6월 이슬람국가 세력이 칼리프 국가 수립을 선포하고 세를 불려 점령하기 전까지 쿠르드족 자치지역이었다. 현재 이라크 내 이슬람국가 세력은 모술과 주변 지역에만 약 4000명 정도가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모술 탈환 작전은 2011년 미군의 이라크 철군 이래 최대 규모의 군사 작전이다. 이에 따라 심각한 인도주의적 위기는 물론, 이슬람 수니파와 시아파 사이의 뿌리깊은 종파 갈등이 민간인 학살로 비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국제앰네스티는 18일 피해 당사자와 가족, 증인, 활동가, 관리 등 470여명을 인터뷰한 결과를 토대로 한 긴급 보고서에서 “(모술의 다수파인) 수니파 주민들이 이라크 정부군과 시아파 민병대로부터 고문, 납치, 즉결처형 등 보복 공격을 당할 위험에 직면해있다”고 경고했다. 이슬람국가의 반인간적 전쟁범죄뿐 아니라, 이라크 정부군과 준군사조직들이 이슬람국가 세력 박멸을 명분으로 같은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국제앰네스티 중동·북아프리카국의 필립 루터는 <데페아>(dpa) 통신에 “모술 탈환 작전에서 이라크 당국이 그처럼 끔찍한 만행이 되풀이되지 않을 것임을 보장하는 조처를 취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국제 민간구호기구 세이브더칠드런 이라크 사무소의 아람 샤카람 부소장도 이날 “모술 주민들은 제한된 식량과 의약품으로 버텨야 하는 상황이다. 모술을 탈출하려는 주민들은 부비트랩과 저격수, 길 곳곳에 매설된 지뢰를 피해야 한다. 주민들이 안전하게 이 곳을 빠져나갈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 한, 대규모 인명 피해는 불 보듯 뻔하다”고 우려했다.
이라크 정부군 쪽은 주민들에게 바깥 출입을 자제하고 집 밖에 하얀 깃발을 걸어둘 것을 당부했다. 그러나 이런 조처가 주민들의 안전을 보장하지는 못하며, 최악의 경우 주민들이 납치돼 인간방패로 내몰릴 가능성도 있다. 모술 주민들이 집 안 깊숙한 곳에 몸을 숨길 대피소를 마련하고 있다는 증언도 나왔다.
조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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