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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사우디 여성들 “남성보호자제도 이제 그만”

등록 2016-09-27 22:12

폐지 청원 급확산…왕실도 공감
가부장적 이슬람 성직자들 걸림돌
세계에서 여성 인권이 가장 억압된 나라로 꼽히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여성들이 ‘홀로서기’ 운동을 본격화했다.

사우디의 여성 인권 활동가들이 여성에 대한 ‘남성 보호자 제도’의 폐지를 사우디 왕실에 직접 요구하는 청원운동을 시작했다고 영국 <가디언>이 26일 보도했다. 이번 운동을 주도한 아지자 유수프는 “여성도 온전한 ‘시민’으로 대우받아야 한다”며 “남성 보호자 제도는 여성만의 문제가 아니라 남성들에게도 부담”이라고 말했다.

남성 보호자 제도는 여성이 교육과 취업 같은 중대한 문제를 결정할 때 남성 보호자의 허락을 받고, 외출할 때는 남성 보호자가 동반하게 한 규정으로, 세계에서 유일하게 사우디에만 남아 있다. 남성 보호자는 아버지·남편·오빠 등이 맡으며, 남편을 잃은 여성의 경우 아들이 역할을 대행한다. 여성은 자동차 운전도 금지된다. 

최근 몇년 새 사우디 여성들 사이에선 이 제도의 폐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급속히 커져왔다. 청원운동이 시작된 지 이틀 만에 2500여명의 여성이 왕실 사무국으로 직접 텔레그램 메시지를 보냈고, 온라인 서명자가 1만4천명을 넘어섰다.

사우디 왕실은 지난 2009년과 2013년 두 차례나 유엔 인권이사회의 지적을 받고 이 제도의 철폐를 약속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대 걸림돌은 보수적인 고위 이슬람 성직자들의 완강한 반대다.

조일준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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