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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죄없는 아이들까지…시리아 최대 격전지 ‘알레포의 비극’

등록 2016-08-15 19:45수정 2016-08-15 23:04

시리아 북부 알레포 주의 만비즈의 주민들이 공습을 받아 불에 탄 차량 주변에 모여들고 있다. 이 사진은 지난달 28일 이슬람국가(IS) 지지자들이 인터넷에 올린 것이다. 시리아 반군들은 최근 이슬람국가가 장악하고 있던 만비즈를 해방시켰다. AP 연합뉴스
시리아 북부 알레포 주의 만비즈의 주민들이 공습을 받아 불에 탄 차량 주변에 모여들고 있다. 이 사진은 지난달 28일 이슬람국가(IS) 지지자들이 인터넷에 올린 것이다. 시리아 반군들은 최근 이슬람국가가 장악하고 있던 만비즈를 해방시켰다. AP 연합뉴스

시리아 최대 도시 알레포의 시민 압둘 칼리프는 14일 토마토를 먹는 행운을 누렸다. 영어 교사인 그는 14일 영국 <비비시>(B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40일 만에 처음 채소를 먹었다. 환상적이었다. 앞으로 몇 년 동안 채소를 먹지 못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기에 더욱 특별한 맛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운이 좋은 편이다. 또다른 주민은 살기 위해 나뭇잎을 따서 요리해 먹는다고 말했다.

시리아 내전이 5년4개월째에 접어든 가운데, 최근 시리아 북부의 고대도시이자 상업도시인 알레포가 정부군과 반군의 최대 격전장이 되면서 최악의 인도주의 위기에 빠져 있다. 지난 주말 이틀 동안에만 알레포에서 180여명의 민간인이 폭탄에 목숨을 잃었다고 <알자지라>가 14일 보도했다. 영국에 본부를 둔 시리아인권관측소는 최근 보름 동안 알레포와 외곽 지역에서 어린이 76명을 포함해 최소 327명의 민간인이 숨졌다고 밝혔다. 러시아의 지원을 받는 정부군 전투기들의 공습, 이에 맞서 미국의 지원을 받는 반군 세력의 집중포격이 격렬해지면서 무고한 민간인 희생이 급증하고 있다. 양쪽 모두 민간인 안전은 뒷전인 채 화력을 퍼붓는다.

지난주 초 반군이 정부군에 빼앗겼던 핵심 보급로를 탈환하자 정부군이 이를 되찾으려 집중공세를 펼치면서 알레포 전투는 개전 이후 어느 때보다 격렬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주요 관공서와 학교, 병원까지 무차별 공격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주민들은 식료품, 전기, 의약품을 구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알레포는 지난 4년 동안 정부군이 점령한 서쪽 지역과 반군이 장악한 동쪽 지역으로 쪼개진 채 양쪽 모두로부터 집중포화를 받는 생지옥이 됐다. 현장을 취재 중인 <알자지라> 기자는 14일 “도시에 대한 포격이 거세지고 있다. 정부군은 시민들이 물자 보급과 통행로로 이용해온 도로를 공격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하루 전에는 정부군이 버스 정류장에 집속탄을 투하하는 바람에 도시를 탈출하려던 시민 50여명 대부분이 숨졌다”고 말했다.

교전세력은 무차별 살상이 가능한 무기까지 동원하고 있다. 한 개의 폭탄에서 다시 수백개의 폭탄이 터져나오는 집속탄과 인화성이 매우 강한 네이팜유 통폭탄들이 전투기나 헬리콥터에서 쏟아진다고 목격자들은 주장했다. 둘 다 유엔 협약으로 사용이 금지된 무기들이다. 화학무기가 사용되고 있다는 의혹도 나온다. 시리아 반정부 활동가인 사야는 “정부군과 반군 양쪽 모두 화학무기를 사용한다는데, 현장 접근이 쉽지 않아 어느 쪽에도 책임을 묻지 못하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시리아 내전에서 특히 알레포가 전략적으로나 인도주의적으로 중요한 데는 이유가 있다. 첫째, 알레포는 터키와의 국경에서 겨우 50㎞ 떨어진 교통과 경제 중심지로, 전쟁물자의 핵심 보급로를 거느린 전략적 요충지다. 정부군은 러시아 전폭기들의 공습 지원을 등에 업고 알레포로 통하는 병참 보급로를 포위·차단하며 반군의 생명선을 바짝 조여왔고, 반군은 사력을 다해 맞서고 있다.

둘째, 민간인 피해가 집중되고 있어서다. 현재 알레포의 반군 점령지역 주민은 25만~3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된다. 러시아는 최근 민간인 피난을 위한 ‘인도주의적 통로’ 개설을 제안했지만, 유엔과 서방 쪽은 그 경우 피난을 떠나지 않은 잔류 주민들에 대한 양쪽의 공격이 더욱 거세질 것이란 이유로 소극적이라고 <비비시>는 전했다.

게다가 반군 세력에 20개에 가까운 다양하고 이질적인 분파가 뒤섞여 문제 해결을 더욱 어렵게 한다. 최근에는 알카에다와 결별한 이슬람 무장세력인 자이시 알파타가 득세하고 있어 미국 등을 당혹스럽게 하고 있다. 쿠르드 무장세력도 세력 확대를 위해 반군 쪽에 가담하고 있는데, 쿠르드족에 민감한 터키가 이슬람국가(IS) 격퇴전에 소극적인 이유도 이 때문이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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