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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사우디, 시아파 지도자 처형…종파 갈등에 ‘기름’

등록 2016-01-03 19:49수정 2016-01-03 20:52

테러 혐의 47명 참수·총살 집행
이란, 대사 초치…대사관 방화시위
이라크·바레인 등도 비난 가세
국제사회, 긴장 격화 우려 목소리
사우디아라비아가 새해 벽두부터 테러 혐의자 47명을 한꺼번에 처형한 것에 이란 등 주변 이슬람 국가들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수니-시아 종파 갈등이 외교 문제로까지 번지고 있다.

사우디 내무부는 2일 테러 혐의로 사형이 확정된 47명에 대한 형을 집행했다고 밝혔다. 이날 사형은 사우디 국적자 45명과 이집트인 1명, 수단인 1명에 대해 참수 또는 총살로 집행됐다. 그런데 사형수들에는 사우디의 소수 시아파 지도자인 셰이크 니므르 알니므르 등 시아파 무슬림 4명이 포함돼, 이슬람 시아파 구심점인 이란 대 수니파 종주국 사우디의 묵은 갈등에 불을 붙였다.

니므르는 2011년 아랍 전역을 휩쓴 민주화 운동인 ‘아랍의 봄’ 당시 사우디 동부 시아파 지역에서 반정부 시위를 선동하고 무기를 소지했다는 혐의로 체포돼 지난해 10월 사형이 확정됐다고 아랍 위성방송 <알자지라>가 전했다. 아랍의 봄 당시 니므르는 수니파 왕정국가인 바레인에 대해서도 날선 비판을 했는데, 사우디는 민주화 바람의 확산을 차단하려 바레인에 군대를 파병하기도 했었다.

사우디의 시아파 지도자 처형은 이란을 비롯한 시아파 무슬림 세계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이란 외교부는 이날 자국 주재 사우디 대사를 초치해 강력히 항의했다. 니므르의 형은 사우디 당국이 처형당한 동생의 유해를 인도하는 것도 거부하고 장소를 밝히지 않은 공동묘지에 매장했다고 비난했다고 이란 국영 <프레스 티브이>가 보도했다. 이에 대해 사우디 외교부도 자국 주재 이란대사를 불러 “이란의 반응은 노골적인 내정 간섭”이라고 맞받았다.

3일 오전에는 이란 수도 테헤란 주재 사우디 대사관에 성난 시위대가 난입해 불을 지르고 서류와 집기를 파손했다가 경찰에 해산됐다. 이란 최고지도자인 아야툴라 하메네이는 “신의 복수가 사우디 정권에 닥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란뿐 아니라 이라크, 바레인, 레바논, 인도, 파키스탄 등 다른 이슬람 국가들의 시아파 지도자들도 사우디에 비난 성명을 냈으며, 카슈미르 등 일부 도시들에선 시아파 무슬림의 항의 시위도 잇따랐다.

국제사회에선 사우디의 집단 처형에 대한 비난과 함께, 중동지역의 긴장 격화를 우려하고 자제를 촉구하는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다. 국제 앰네스티는 시아파 지도자에 대한 사우디의 사형은 모든 정치적 반대자들에 대한 강경 탄압의 일부라고 비판했다. 유럽연합은 2일 성명을 내어 “니므르의 처형은 기본적인 시민적·정치적 권리와 표현의 자유뿐 아니라 테러와의 싸움이라는 틀에서도 심각한 우려를 불러일으킨다”고 지적했다.

미 국무부 대변인도 이날 “미국은 니므르의 처형이 종파 갈등을 악화시킬 위험에 대해 특히 우려한다”며 “미국은 사우디에 정치적 반대자들에 대한 공정한 재판과 평화적인 표현을 허용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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