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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적들의 자녀들을 교육시킬 거예요”

등록 2015-12-17 20:06수정 2015-12-17 23:07

16일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 한 소녀가 페샤와르 군영 공립학교 총기 테러 1주기 추모식에 참석해 두 손을 모아 기도하고 있다. 당시 탈레반 무장세력의 공격으로 어린이 등 151명이 숨졌다. 이슬라마바드/신화 연합뉴스
16일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 한 소녀가 페샤와르 군영 공립학교 총기 테러 1주기 추모식에 참석해 두 손을 모아 기도하고 있다. 당시 탈레반 무장세력의 공격으로 어린이 등 151명이 숨졌다. 이슬라마바드/신화 연합뉴스
파키스탄 학교테러 1주년 맞아
군부, 뮤직비디오 제작·배포
교육으로 ‘탈레반 극복’ 메시지
순진무구한 눈망울, 환한 표정의 소년소녀들이 스쿨버스를 타고 학교에 간다. 교실 벽면은 단정한 교복 차림의 친구들 사진으로 가득찼다. 아이들은 등굣길에도, 학교 운동장과 교실에서도 끊임없이 노래를 부른다. 지난 14일 파키스탄 군부가 제작해 전국에 배포한 4분30초 분량의 뮤직비디오(▶ 바로 가기)의 장면이다. 흥겨운 노랫가락과 달리 노랫말 후렴구엔 서글픈 다짐이 담겼다.

“엄마, 저는 복수하러 가야 해요. 적들의 자녀들을 교육시킬 거예요.”

동영상에 나오는 학교는 꼭 1년 전인 지난해 12월16일 페샤와르에서 탈레반 무장세력이 총기를 난사해 151명의 어린이와 교직원이 숨진 군영 공립학교다. 사진 속 아이들은 그때 숨진 희생자들이다.

파키스탄군 미디어 홍보국은 학교테러 1주년을 맞아 유가족들을 위로하고 살아남은 어린이들이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에게 ‘보복 메시지’를 보내는 동영상을 제작했으며, ‘보복 전술’은 테러리스트들의 자녀들이 학교 교육을 받게 하겠다는 감동적인 내용이라고 현지 일간 <돈>(새벽)이 보도했다. 이번 뮤직비디오는 지난해 테러 한 달 뒤 군부가 테러를 비난한 동영상의 후속작으로, “급진주의의 불길을 지식과 교육으로 진화하자는 평화와 사랑의 메시지”가 담겼다고 신문은 전했다.

그러나 노랫말에는 “엄마는 숨진 아이 생각에 잠 못이루네, 엄마를 울리는 아이의 책들, 왜 아빠는 교실 문을 열어놓았나요, 누가 오길 기다렸나요?”라며, 군부가 정부의 허술한 치안정책을 질타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프랑스24> 방송은 16일 “교육을 통한 복수는 문자해독률이 55%로 세계 최저 수준인 파키스탄에서 맞춤한 대응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탈레반은 서구식 학교 교육을 거부한다. 희생자들을 일일이 조준 사살했던 테러는 파키스탄 사회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 테러 이후 학생들은 극심한 트라우마에 시달렸다. 6년 동안 유예됐던 사형 집행이 재개돼 인권 역풍도 불었다. 국제 앰네스티는 지난달 보고서에서, 1년새 300건의 사형이 집행됐으며, 애초 테러리스트에게만 적용했던 사형 집행이 형이 확정된 모든 사형수로 확대됐다고 지적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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