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권 국가들이 ‘테러와의 전쟁’을 위한 군사동맹을 결성했다.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이슬람권 34개국은 15일 사우디 수도 리야드에서 공동성명을 내어 “우리는 테러리즘에 맞서 싸우기 위해 사우디가 주도하는 군사동맹을 결성하기로 했으며, 군사작전을 조율하고 지원하기 위한 합동작전본부는 리야드에 설치한다”고 발표했다고 사우디 국영 통신사(SPA)가 전했다.
군사동맹에 참여한 나라는 사우디·바레인·아랍에미리트 등 걸프 국가뿐 아니라 이집트·리비아·튀니지·터키·레바논·요르단·소말리아·말레이시아·예멘 등 중동과 아프리카, 아시아 지역의 이슬람권 국가들을 대부분 아우른다. 그러나 내전과 테러의 주요 근원지인 이라크·시리아·아프가니스탄, 그리고 이슬람 시아파 종주국인 이란은 군사동맹국 명단에 들어있지 않았다.
성명은 “종파와 조직명이 무엇이든 죽음과 부패를 초래하고 무고한 사람을 위협하는 모든 테러 그룹들로부터 이슬람 국가들을 보호하는 것은 의무”라며 “국제법과 유엔 헌장, 이슬람협력기구의 규정 등에 따라 테러리즘을 근절하고 자위권을 행사할 것임을 분명히 한다”고 선언했다. 사우디 국방장관인 모하메드 빈 살만(30) 부왕세자는 기자회견에서 “시리아와 이라크에서의 군사작전에는 세계 주요국 및 국제기구들과의 사전 공조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으나, 구체적인 계획은 언급하지 않았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그는 “군사동맹은 꼭 이슬람국가(IS)뿐 아니라 우리 앞의 어떤 테러 조직과도 맞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침 이날부터 사우디의 남쪽 접경국인 예멘에선 정부군과 반정부군이 유엔의 중재로 휴전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사우디가 북쪽 접경국이자 이슬람국가의 근거지인 이라크 쪽으로 군사 방어선을 집중하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이슬람국가 세력은 걸프 지역의 왕정 국가를 무너뜨리겠다고 공언하며, 사우디와 쿠웨이트의 시아파 사원과 보안군 시설들에 대한 테러 공격을 감행해왔다.
앞서 14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국가안보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에게 “미국, 그리고 동맹국인 프랑스·독일·영국·오스트레일리아·이탈리아와 마찬가지로 다른 나라들도 이슬람국가와의 싸움에 더 많은 일을 해야 한다”며 “애슈턴 카터 국방장관이 중동으로 출발해 동맹국들의 더 많은 군사적 기여를 확보할 것”이라고 밝혔다. 범이슬람권 군사동맹이 사실상 미국의 주도로 만들어졌음을 내비친 말이지만, 이슬람 군사동맹의 능동적 참여와 실질적 기여에 한계가 있다는 풀이도 가능한 대목이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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