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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방한 뒤 귀국길 ‘급사’…우간다 장관 사인 ‘황당 공방’

등록 2015-09-21 15:29수정 2015-09-21 18:06

지난 8~11일 행자부 등 방문…12일 기내에서 숨진 채 발견
무세베니 우간다 대통령 “한국 병원이 진료 거부해 사망했다”
정부·초청단체 “치료 요구조차 없었다…평소 심장 관련 지병”
일각에선 “독재자 무세베니가 잠재적 정적 제거” 의혹 제기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이 지난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행정자치부에서 아론다 냐카이리마 우간다 내무부 장관을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 행정자치부 제공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이 지난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행정자치부에서 아론다 냐카이리마 우간다 내무부 장관을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 행정자치부 제공
29년간 우간다를 장기 통치하고 있는 독재자 요웨리 무세베니(71) 대통령이 자국의 내무부 장관이 한국 방문 뒤 귀국 도중 돌연 사망하자 “한국 병원이 치료를 거부해서 사망했다”고 주장해 파문이 일고 있다.

한국 정부는 아론다 내무부 장관이 지병이 있다는 사실을 전해들은 무세베니 대통령이 유가족들의 ‘사망 원인’ 의혹 제기에 답변을 하려다 사실과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낸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21일 우간다의 언론매체 <우고뉴스> 등을 보면, 지난 18일 열린 아론다 냐카이리마(56) 장관의 국가장례식에서 무세베니 대통령이 “아론다 장군이 어지러움증과 복통을 느껴 한국 병원에 입원하려고 했지만, 병원에선 장군이 보험이 없다며 진료를 거절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아론다 장관은 전에도 심근경색 증세가 있지만 급성은 아니었다. 고혈압과 심장에 통증을 느낀 적도 있었다. 만약 적절한 검진과 한국인들의 도움이 있었다면 사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그는 “일중독자였던 아론다 장관이 주민등록증 도입 프로젝트를 하느라 무리했다”면서 “지도자들은 휴식과 압박으로부터 자유로울 위한 시간이 주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국제교류재단은 냐카이리마 장관이 방한 중 병원 치료를 요구했던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윤금진 한국국제교류재단 교류협력이사는 “방한 기간 중 계속 수행한 재단 직원에게 확인한 결과, 냐카이리마 장관이 방한 중 병원 입원을 요청한 적이 없었다”면서 “냐카이리마 장관이 방한 중에도 눈도 충혈되어 있었고 굉장히 피곤해 해서, 우리 직원이 병원 치료를 받을 의향이 있는지 물었지만 거절했다. 다만 복통으로 약을 달라고해 위장약을 사다줬다”고 반박했다. 윤 이사는“냐카이리마 장관의 보험도 들어둔 상태였고, 국빈급 인사이기 때문에 원한다면 병원 치료도 제공했을 것”이라고 “정부 관료들이 외교 일정 중에 격무와 장시간 비행으로 인한 피로로 지병이 악화돼 사망하는 일이 있는데 같은 경우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 2013년 5월30일 박근혜 대통령이 방한한 요웨리 무세베니 대통령과 청와대 오찬회담에서 건배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지난 2013년 5월30일 박근혜 대통령이 방한한 요웨리 무세베니 대통령과 청와대 오찬회담에서 건배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한국국제교류재단과 현지 대사관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냐카이리마 장관은 공공외교 전문기관인 한국국제교류재단의 초청으로 지난 8일부터 11일까지 케냐 상원의장 등과 같이 방한했다. 그는 9일엔 정부서울청사에서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을 만나 한국의 주민등록제도와 치안시스템에 대해 논의하고, 한국조폐공사와 주민자치센터 등도 방문했다. 이 행사는 재단이 외국 정부·국회 지도자들에게 한국을 알리기 위해 진행하는 공공외교의 일환으로, 재단은 아론다 장관에게 항공편과 숙박 편의를 제공했다.

냐카이리마 장관은 다른 외교 일정이 잡혀 예정보다 하루 이른 11일 밤 11시55분에 두바이행 에미레이트 항공편 비행기의 비즈니스석을 타고 인천공항에서 출국했다. 냐카이리마 장관은 12일 새벽 비행기 안에서 사망한 채로 발견됐다. 우간다에서 두바이로 파견된 의료팀은 부검 뒤 심장 관련 지병이 있던 냐카이리마 장관이 급성심부전(심장마비)로 사망한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우간다 의료팀은 고혈압이었던 냐카이리마 장관의 혈액 속 지방세포가 혈관을 막았다고 판단했다.

박종대 주우간다 한국대사는 21일 <한겨레>와 통화에서 “당시 장례식 현장에 있었는데 왜 무세베니 대통령이 그렇게 말했는지 의아했다. 아마도 장례식장에서 유가족들이 ‘냐카이리마 장관이 건강했는데 갑자기 죽었다’고 하니까, 무세베니 대통령이 임기응변으로 사실과 다른 대답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박 대사는 “냐카이리마 장관을 수행한 우간다 수행원들도 대통령의 발언이 사실과 다르다고 정부 쪽에 해명해 납득시켰고, 대사관에선 현지 언론에 경위를 설명해 보도를 바로잡고 있다”고 말했다.

<우고뉴스>는 냐카이리마 장관의 아내인 린다 냐카이리마가 장례식장에서 “남편한테서 20년간 특별한 증상이나 질병이 없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무세베니 대통령이 잠재적 정적인 냐카이리마 장관을 숙청한 게 아니냐는 의혹도 일고 있다.

무세베니 대통령은 1986년 쿠데타로 집권한 이후 29년째 장기통치하고 있는 독재자로 유명하다. 지난해 2월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4억달러 원조를 끊겠다’고 경고했는데도 반동성애법 제정을 강행해 국제적인 비판을 받았다. 우간다의 반동성애법은 동성애 관계가 발각되면 14년 징역, 재범의 경우엔 무기징역에 처하도록 돼 있다. 최낙중 해오름교회 목사가 지난 6월28일 대한문 앞에서 열린 ‘동성애 조장 중단 촉구 한국교회교단연합 국민대회’에서 무세베니 대통령의 반동성애법 제정을 치켜세우며 “지각있는 자는 과거의 역사를 거울 삼아 지혜로운 오늘을 산다”고 말해 물의를 빚었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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