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
자국 보수파 반발 의식 ‘선긋기’
“오만한 미국을 향한 우리의 정책이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가 최근 타결된 핵협상을 지지하면서도, 미국과 그 동맹국, 특히 이스라엘에 대한 이란의 적대감이 사라진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고 19일 <뉴욕타임스> 등 외신들이 전했다. 지난 14일 핵협상 타결 이후 하메네이가 공식 반응을 내놓은 것은 처음이다.
하메네이는 18일 이슬람 금식월인 라마단 종료를 기념하는 테헤란의 기도모임에서 한 연설에서, 핵협상이 타결됐다 해도 미국과의 관계가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며 “이 지역에서 그들(미국과 이스라엘)의 정책은 우리와 180도 다르다”고 말했다.
반면 하메네이는 이번 협상을 이끈 하산 로하니 대통령과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외무장관 등 자국 협상팀에 대해서는 “맡은 역할을 충실히 이행했기에 보상을 받아야 마땅하다”고 치하했다. 그는 또 “이란은 적들의 과도한 요구에 양보하지 않고 이란의 안보와 국방 능력을 지켰다”며 “법제화 이전에 이란의 국익을 해치는 내용이 합의에 포함되지는 않았는지 철저히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메네이의 이날 연설은 핵협상 타결에 반대하는 자국 보수파를 의식한 것으로 해석된다. 핵협상 결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해 협상파들에 힘을 실어주면서도, 미국과의 관계 개선 가능성에는 선을 그어 보수파들의 반발을 잠재우려 했다는 해석이다. 보수파가 장악한 이란 의회는 타결된 핵협상 합의안에 대한 검토를 시작했다. <뉴욕타임스>는 하메네이의 발언이 강경파들을 달래려는 것이라 하더라고, 미국내 강경파들을 자극해 미 의회와 미국인들에게 핵 협상 성과를 납득시키려는 오바마 대통령의 노력을 어렵게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영률 기자 ylp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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