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 보건부에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통제 업무를 전담하는 압둘아지즈 압둘라 빈사이드 보건차관은 메르스 환자뿐 아니라 의심 단계에 있는 사람들부터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빈사이드 차관은 정부가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국민의 불안을 해소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빈사이드 차관은 4일 <연합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우리가 체험적으로 얻은 교훈은 감염이 확인됐을 때 대처하는 것은 너무 늦다는 것”이라며 “절대로 확진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모든 의심자를 통제해야 한다”고 밝혔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2012년 9월 처음으로 메르스 확진 환자가 보고됐으며, 지난 1일 현재 1016명의 감염자가 발생했다. 특히, 지난해 4월과 5월 가장 큰 무역 도시인 제다에서 환자가 폭증해 두 달 동안 350명이 확진 판정을 받는 등 메르스로 홍역을 치렀다. 이후 비상 대책을 가동해 가까스로 대유행을 막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빈사이드 차관은 “메르스가 다른 사람에게 주로 전염되는 시기는 확진 뒤가 아니라 열과 기침 같은 의심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한 때부터 감염이 확인되는 시기다. 이 때문에 의심 단계부터 하나도 빠짐없이 정부에서 관리해야 한다”며 정부 역할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메르스 ‘원천 봉쇄’를 위해서도 정부의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의료기관과 환자 자신이 조금이라도 비슷한 증상을 발견하면 즉시 메르스를 통제하는 담당 기관에 보고하도록 정부가 이를 일깨우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병원이 주요 감염 통로가 될 수 있으므로 정부가 병원의 방역상태를 철저히 관리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지난해 4∼5월 제다에서 이런 기초작업이 되지 않아 환자가 급속히 증가했다”고 주시시켰다. 아울러, 그는 “모든 의료기관과 지역사회가 의심자의 신원을 정확히 알아내고 동선을 추적해 격리까지 신속히 진행될 수 있도록 관심을 둬야 한다”며 지역 사회의 구실도 강조했다.
빈사이드 차관은 “한국의 메르스 발생 사실을 잘 알고 있다. 한국은 메르스 발병이 처음이어서 국민의 두려움이 더 클 수 있다”며 “정부는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 국민의 불안과 공포를 해소하는 게 중요하다”고 주문했다.
그는 “사우디는 매개가 낙타이고 국토가 넓어 통제가 어려웠지만, 한국처럼 사람 사이의 감염은 전염 통제가 더 쉽다”며 “한국의 의료 수준이 높지만 사우디가 메르스에 대처한 경험이 풍부한 만큼 관련 자료를 보내주면 우리의 경험을 기꺼이 공유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빈사이드 차관은 전염병·감염학 박사 학위를 소유한 의료 전문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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