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중도좌파 야당 지도자 이츠하크 헤르조그.
중도좌파로 대화·협상 강조하는
야당지도자 헤르조그 급부상
각종 여론조사서 네타냐후 ‘위협’
네타냐후에 대한 국민반감 탓인듯
야당지도자 헤르조그 급부상
각종 여론조사서 네타냐후 ‘위협’
네타냐후에 대한 국민반감 탓인듯
17일 이스라엘 총선을 앞두고, 중도좌파 야당 지도자 이츠하크 헤르조그(55·사진)가 급부상하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리쿠드당이 각종 여론조사에서 헤르조그 이스라엘 노동당 당수가 이끄는 중도좌파 시오니스트 연합의 막강한 도전을 받고 있다고 <비비시>(BBC) 방송 등 외신들이 15일 전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시오니스트 연합은 전체 120개 의석 가운데 가장 많은 24석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됐다. 시오니스트 연합은 헤르조그가 이끄는 노동당과 치피 리브니 전 법무장관이 대표인 하트누아당이 구성한 야권 연합이다. 네타냐후 총리의 집권 리쿠드당은 이보다 약간 뒤진 21석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네타냐후 총리의 대항마로 떠오른 헤르조그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몇 주 전만 해도 ‘재능있는 정치인’ 정도의 평가에 머물렀던 그가 유력한 차기 총리감으로 떠오른 것이다. 헤르조그는 중도좌파 ‘노동당 왕조’의 후계자다. 그의 아버지 하임 헤르조그는 이스라엘의 6대 대통령(1983~1993)이었고, 삼촌 아바 에반은 골다 메이어 총리 시절 외무장관을 지냈다. 변호사 출신인 헤르조그는 노동당에 입당한 뒤 지난 정권들에서 상대적으로 비중이 적은 주택건설부, 관광부, 사회복지부 장관직 등을 거쳤다. 그는 2013년 11월 노동당 경선에서 당시 당수 셸리 야치모비치를 꺾으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그의 당선이 노동당의 우경화 노선에 대한 반발로 해석됐기 때문이다.
카리스마가 부족한 것으로 평가되던 그가 이번 총선을 앞두고 강경파인 네타냐후의 대항마로까지 떠오른 데는 네타냐후 총리에 대한 국민적 반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선거는 네타냐후와 헤르조그 간의 경쟁이라기보다는 네타냐후에 대한 신임 투표 성격으로 봐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미국 <시엔엔>(CNN) 방송은 이번 총선의 이슈를 5가지로 꼽았다. 중동 정세를 둘러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네탸나후 총리 사이의 심각한 갈등으로 멀어진 미국과의 관계 복구, 이란 핵문제 해결, 팔레스타인 문제 해결, 양극화가 극심해지고 있는 이스라엘 내부의 불평등 해소, 세계 무대에서 이스라엘의 고립 해소 등이다. 대화와 협상을 강조하는 중도좌파인 헤르조그는 모든 점에서 매파인 네타냐후와 대비된다.
한편 미국의 보수 여론을 대표하는 <폭스뉴스>는 미국 상원 상설조사위원회가 오바마 행정부가 네탸나후 총리의 낙선운동을 지원했는지 여부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고 전했다. 조사위원회는 미국 비영리단체인 ‘원보이스 무브먼트’가 미 국무부로부터 지원받은 35만달러의 자금이 네타냐후 낙선운동을 주도하는 이 단체의 이스라엘 지부 ‘브이(V)15’로 흘러들어갔는지에 조사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원보이스 무브먼트는 오바마 대선 캠프에서 중동정책을 주도했던 마크 긴즈버그 전 모로코 대사가 이끌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네탸나후 총리는 13일 이스라엘 <채널2> 방송에 나와 “(특정하지 않은) 외국 정부와 재벌들이 자신의 리쿠드당을 약화하기 위한 반대운동에 수천만달러를 쏟아붓고 있다”고 주장했다. 미 국무부는 이 단체에 대한 보조금 지원이 이스라엘 총선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해명했다.
박영률 기자 ylp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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