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 신도 집단 참수 영상 공개
이집트, 리비아 거점 폭격 응수
이집트, 리비아 거점 폭격 응수
‘이슬람국가’(IS)가 리비아에서 인질로 잡았던 이집트 기독교도인 콥트교도 21명을 참수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압둘팟타흐 시시 이집트 대통령은 즉각 복수를 다짐했고, 이집트 공군은 리비아의 이슬람국가를 공습했다.
15일 이슬람국가에 충성한다는 ‘트리폴리 지구 이슬람국가 그룹’은 이집트 콥트교도들을 집단 참수하는 비디오 영상을 공개했다.
‘십자가의 나라에 보내는 피로 쓴 메시지’라는 제목의 동영상은 한 해안에서 오렌지색 죄수복을 입은 여러 명의 인질들이 복면을 쓴 이슬람국가 무장대원들과 함께 걸어가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십자가의 사람들, 적 이집트 교회의 추종자”로 지칭된 인질들이 명령을 받고 무릎을 꿇자 마스크를 쓴 군복 차림의 한 대원이 자신이 든 칼을 가리키며 카메라에 대고 영어로 연설을 한다. “오늘 우리는 로마의 남쪽, 이슬람의 땅 리비아에서 너희들이 오사마 빈라덴의 몸을 숨긴 바다를, 너희들의 피로 물들이겠다고 알라(신)에게 맹세한다.” 빈라덴은 2011년 5월2일 파키스탄에서 미군 특수부대에 사살된 뒤 아라비아해에 수장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설 뒤 바닷물이 피로 물드는 장면과 함께 동영상에는 “카밀라와 그의 자매를 위한 복수”라는 내용의 자막이 올라왔다. 2011년 이집트에서는 콥트교 목사와 결혼한 카밀라 셰하타라는 여성이 무슬림으로 개종하는 과정을 둘러싸고 발생한 종파간 유혈충돌로 수십명이 사망하고 수백명이 부상했는 데 이를 지칭한 것이다. 콥트교는 서기 50년께부터 이어져온 기독교의 일파로 500만~1500만명으로 추산되는 신자들은 주로 이집트와 수단에 있다. 이슬람국가는 지난 12일 배포한 영문홍보잡지에서 “무슬림 여성이 콥트교도에 박해받는 데 대한 복수로 이집트 콥트교도 21명을 인질로 잡았다”고 밝혔다.
비디오가 공개된 뒤 이날 밤 시시 이집트 대통령은 국영 텔레비전에 나와 “이집트는 이들 살인마를 처벌할 권리가 있다”며 “적절한 방법으로 그들의 범죄 행위에 대한 복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집트는 7일간의 국가애도 기간을 선포했다.
이어 16일 새벽 이집트군 전폭기들이 리비아내 이슬람국가 거점을 공습했다고 이집트 국영 텔레비전이 보도했다. 공격은 이집트와 리비아 국경 지대에 위치한 이슬람국가의 훈련소와 무기저장고에 집중됐다. 리비아 북동부 지역을 장악한 이슬람국가 세력은 최근 수도 트리폴리 인근 시르트를 장악하고 트리폴리를 위협하고 있다.
박영률 기자 ylp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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