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투표 가능성도 내비쳐
미국과의 화해를 추진해온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이란 경제를 살리려면 국제적 고립 상태에서 벗어나야 하고, 핵문제도 유연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의 작심 발언을 했다. 중도개혁파인 그는 국민투표 가능성까지 내비치며 보수파들을 압박했다.
로하니 대통령은 4일 테헤란에서 열린 경제 콘퍼런스에 참석해 “지금까지의 경험은 우리가 고립돼 있으면 지속가능한 성장을 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고 <로이터> 통신 등 외신들이 전했다. 그는 중앙은행 총재, 경제 전문가 등 1500여명의 청중들을 향해 “외국인 투자자들이 이란에 들어오면 우리의 독립성이 위험해질 것이라고 말하던 시기는 지나갔다”고 역설했다. 그는 또 “이란 경제는 정부 독점을 끝내고 경쟁을 추구해야 한다”며 “경제가 투명해지면 부패와도 싸울 수 있다”고 말했다.
로하니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서구와 관계 개선을 통해 경제적 고립에서 벗어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이란은 그동안 핵 개발 등으로 미국 등 서방의 제재를 받으면서 경제난을 겪어 왔다. 2013년 로하니 대통령 당선 뒤 미국 오바마 행정부와의 대화 분위기가 형성됐고, 핵협상도 진행되고 있다.
오는 15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이란과 주요 6개국(유엔 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독일)과의 핵 협상 재개를 앞둔 시점에서 로하니 대통령은 이들 나라들과의 협상이 이란 이슬람혁명의 이념을 훼손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6월 말까지로 시한을 연장한 이 협상에서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은 경제제재 해제의 대가로 이란이 우라늄 농축을 중단하고 원심분리기를 줄일 것 등을 요구하고 있다. 협상의 주요 쟁점에 대해, 로하니 대통령은 “지금 필요하지 않은 수준의 (우라늄) 농축을 중단하는 것이 우리 원칙을 위태롭게 하는 것이냐”고 반문하며 “우리의 이념은 원심분리기가 아닌 우리 마음과 머리와 의지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그는 “헌법의 집행자로서 나는 주요한 의제들을 의회 투표보다 국민투표로 결정할 수 있는 가능성을 찾고 있다”는 발언까지 했다. 핵 협상 타결을 위해 국민투표를 실시할 수 있다는 뜻으로 강경파들을 압박한 것이라고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는 분석했다.
박영률 기자 ylp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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