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4 팬텀기로 직접 공격 정황
‘IS 대항’ 미국과 암묵적 협력 징후
‘IS 대항’ 미국과 암묵적 협력 징후
이란 전폭기가 최근 이라크 동부지역에서 ‘이슬람국가’(IS) 세력을 공습한 정황을 미국 국방부가 2일 확인했다고 밝혔다. 적대관계인 미-이란 양국이 이슬람국가 격퇴를 위해 암묵적으로 협력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하지만, 양국 당국자들은 공식 협력은 아니라며 부인했다.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그들(이란군)이 최근 며칠간 F-4 팬텀기로 (이라크 동부 지역을) 공습한 징후가 있다”고 말했다고 영국 <비비시>(BBC) 방송 등이 보도했다. 커비 대변인의 설명은 최근 아랍 위성방송 <알자지라>가 이란 공군이 사용하는 기종과 유사한 F-4 팬텀 전투기가 이라크 동부 다얄라주에서 목표물을 타격하는 장면을 보도한 뒤 나왔다. 이는 이란이 이라크 안에서 이슬람국가를 겨냥해 직접 공습을 벌인 첫 사례다.
하지만 커비 대변인은 “미국이 이란군과 협력하는 것은 아니고 이라크에서 다른 국가들의 비행을 감독하는 것은 이라크 정부의 몫”이라며 선을 그었다. 또 “군사 행동에서 이란과 협력하지 않는다는 우리 정책은 변함이 없다”라고 강조했다. 마수드 자자예리 이란군 합참차장도 “우리는 이라크 문제에 대해 미국이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협력설을 부인했다.
하지만 <워싱턴 포스트>는 이란이 같은 시아파가 집권하고 있는 이라크 편에 서서 올해 초부터 이라크의 시아파 민병대와 지상군을 지원해 왔다고 레바논 현지언론을 인용해 전했다. 특히 이란이 이라크 정부군에 수호이(Su)-25 기종을 지원했지만 이라크군의 조종사가 부족하기 때문에 이란군이 이들 전투기를 조종해 공습에 가담하고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했다. 이라크 총리실 대변인 라피드 자부리는 이란 전투기가 이라크 영토에서 공습을 감행한 사실에 대해서는 언급을 거부했지만, 이란이 ‘이슬람국가’와의 싸움에서 핵심 우방으로 남아 있다고 말했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이란이 적대국인 미국·영국과 같은 편에서 싸우는 것이 중동 내 협력관계 변화와 관계 개선 징후가 될 수 있으나, 이란을 경계하는 수니파 걸프 국가들의 우려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영률 기자 ylp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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