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공격 때문에 고향인 시리아의 쿠르드족 마을 코바니를 떠난 한 난민이 26일 터키의 수루츠 외곽에 있는 언덕에 올라 고향 마을을 등진 채 주저앉아 있다. 수루츠/AP 연합뉴스
국제사회 난민상태 우려 목소리
40개국·50여개 NGO 대책 모색
독 5억유로·미 1억달러 지원 밝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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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에겐 아무 것도 없다. 심각한 생존 위기에 처해 있다.”
28일 게르트 뮐러 독일 개발원조장관의 말이다. 뮐러 장관은 이날 독일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라크로 피난한 20만명이 넘는 시리아 난민들이 진흙구덩이 속에 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비가 내리고 있고, 겨울이 되면 그곳은 죽음의 땅이 될 것”이라며 “이라크에만 26개의 난민캠프 건립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고 <데페아>(dpa) 통신 등이 전했다.
레바논의 상황도 심각하다. 자국 인구 450만명의 레바논에 등록된 시리아 난민만 110만명이 넘는다. 레바논에는 인근 요르단이나 터키와 달리 ‘정부 공식 난민촌’이 없다. 대부분 난민들은 가난한 시골 마을에 거주하며, 실직자 대열에 합류한다. 수십만 어린이들은 노예노동에 시달린다. 최근 레바논 베카밸리의 시리아 난민촌을 탐사 보도한 영국 <인디펜던트>는 난민 어린이들이 감자밭이나 콩밭 등에서 노예노동에 가까운 상황에서 매를 맞아가며 일하고 있다고 전했다. 레바논은 시리아 난민의 대량 유입으로 자국민의 생활까지 문제가 되자 난민 유입 차단을 선언했다.
시리아 내전이 3년 반 넘게 계속되면서 이라크, 레바논 등 주변국의 공원 또는 거리의 임시거처에서 살아가는 난민들은 겨울철을 앞두고 얼어죽을 수도 있는 추위와 사투를 벌여야 할 처지다. 유엔난민기구(UNHCR)는 내전을 피해 국외로 이주한 시리아 난민이 약 320만명이며, 이 중 290만명 정도가 주변 중동·북아프리카 지역에 집중돼 있다고 밝혔다. 레바논의 약 110만명 외에 터키에 106만명, 요르단에 62만명, 이라크 22만명, 이집트 14만명 등이 피난 중이다.
세계 40개국 정부와 유엔난민기구, 50개 이상의 비정부기구 책임자들은 28일 독일 베를린에서 시리아 난민 문제 해결을 위한 회의를 열고 지원자금 확대와 구호강화 대책을 모색했다. 독일은 이날 회의에서 내년부터 3년에 걸쳐 5억유로를 추가 지원하기로 하고 유럽연합에도 지원 자금을 늘리라고 촉구했다. 미국 정부도 1억달러 규모의 지원금 확대 계획을 공개했다. 안토니오 구티에레스 유엔난민기구 대표는 시리아 난민 사태를 “오랫동안 세계가 겪어보지 못한 최대의 인도주의 위기”로 묘사하고 “시리아 주변국들은 계속 문을 열어둬야 하며 다른 국가들도 난민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영률 기자 ylp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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