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무장관 “관련 협의 진행 중”
그동안의 국경봉쇄 방침 바꿔
미국, 쿠르드 무장세력 직접 지원
그동안의 국경봉쇄 방침 바꿔
미국, 쿠르드 무장세력 직접 지원
터키가 쿠르드족 민병대인 페슈메르가가 ‘이슬람국가’(IS)와 싸우는 쿠르드족을 돕기 위해 시리아로 넘어가는 것을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메브류트 차부쇼울루 터키 외무장관은 “우리는 페슈메르가 전사들이 시리아 코바니로 넘어가는 것을 돕고 있으며 이 문제와 관련해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뉴욕 타임스>등 외신들이 20일 보도했다. 터키는 지금까지 “이슬람국가와 쿠르드노동자당은 다를 바 없다”며 군사개입 거부는 물론 쿠르드족 민병대가 국경을 넘어가 시리아 내 쿠르드 민주동맹당의 군사조직인 ‘인민수비대’(YPG)에 가담하는 것도 막아 왔다.
터키가 갑자기 태도를 바꾼 것은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의 압력 때문으로 보인다. 코바니가 함락 위기에 처하자 미국 등은 터키가 국경 바로 앞에서 이슬람국가가 대량학살을 벌일 상황인데도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해왔다. 최근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은 하버드대학 강연에서 터키 등 수니파 국가들의 이슬람국가 지원설을 직접 언급하기까지 했다. 지난 16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비상임이사국 선출 투표에서 터키가 탈락한 배경에 터키 정부의 ‘수수방관’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 여론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왔다.
미국은 결국 쿠르드족 무장세력을 직접 지원하고 나섰다. 미국은 지난 19일 3대의 시(C)-130 수송기를 이용해 코바니의 쿠르드족에 무기와 탄약, 의료품 등이 담긴 꾸러미 27개를 투하했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이 20일 “이는 일시적 조처일 뿐 근본적인 정책 변화는 아니다”고 진화에 나섰지만 터키로서는 매우 곤혹스런 상황이었다.
하지만 차부쇼울루 장관은 이날 “이슬람국가처럼 쿠르드 민주동맹당도 시리아 일부를 통제하기를 원하기 때문에 시리아의 미래에 위협이 된다”며 터키 정부가 쿠르드 민주동맹당을 (직접) 지원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에 대해 민주동맹당은 성명을 내어 “(쿠르드 민병대가 시리아로 넘어가게 하겠다는 발표는) 터키의 선전일 뿐”이라고 반박했다고 <알자지라>가 전했다.
박영률 기자ylp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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