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볼라 바이러스를 겁내 해외에 머물려 대통령의 귀국 지시마저 거부한 라이베리아 고위 관료들이 무더기로 해임됐다.
엘렌 존슨 설리프 라이베리아 대통령이 행정부 차관과 법무부 차관보를 비롯한 10명의 고위 공무원을 해임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15일 보도했다. 설리프 대통령은 지난달 6일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며 외국에 머물고 있는 공무원들에게 국가적 재난을 맞아 1주일 내로 귀국해 각자 맡은 부분에서 에볼라와 맞서 싸우라고 통첩했다. 그러면서 복귀하지 않으면 누구를 막론하고 직위를 박탈하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이번에 해임된 이들은 한달이 넘도록 별다른 이유없이 귀국하지 않았다. 라이베리아 대통령실은 성명을 내고 “이들이 국가적 비극에 둔감했고, 국가의 권위를 무시했다”며 해임 이유를 설명했다.
라이베리아에서는 이달 7일을 기준으로 2081명이 에볼라에 감염돼 1137명이 사망했다. 이는 전체 발병국 사망자 2400여명의 절반에 가까운 수치다. 설리프 대통령은 앞서 9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자국에 1500개 병상 규모의 새 병원 시설을 짓도록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한편, 아프리카의 에볼라 상황이 악화일로를 치닫는 가운데 중국과 쿠바의 대규모 지원이 눈길을 끌고 있다. 최근 아프리카 국가들과의 우호 협력관계에 공을 들여온 중국은 서부 아프리카에 에볼라 바이러스가 확산되자 지체없이 의료진 파견 등 지원에 나섰다. 지난달부터 시에라리온, 기니, 라이베리아에 전염병·살균·소독 전문가들과 방역물자를 보냈다. 지난 9일에는 시에라리온에 검사실험실과 환자 격리예방치료센터 건립을 발표했다.
쿠바의 움직임도 돋보인다. 쿠바 정부는 최근 시에라리온에 쿠바의 의사 62명과 간호사 103명 등 165명의 의료진을 6개월간 파견하기로 했다. 이는 단일 국가 에볼라 의료 지원으로선 세계 최대 규모다. 박영률 기자 ylpak@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