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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경제 살리려 외국기업 투자 호소…“한국 기업도 참여를”

등록 2013-05-14 20:56수정 2013-05-14 21:58

사미 아라지 이라크 국가투자위원장이 9일(현지시각) 한화건설이 짓고 있는 중동 최대 규모의 신도시 비스마야 프로젝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미 아라지 이라크 국가투자위원장이 9일(현지시각) 한화건설이 짓고 있는 중동 최대 규모의 신도시 비스마야 프로젝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창간기획] 전쟁과 평화
이라크 정부의 ‘러브콜’
이라크가 한국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세계 3위 매장량의 석유를 앞세운 천문학적 규모의 전후 복구사업에 한국 기업들의 참여를 강력히 희망하고 있다. 이를 잘 활용하면 1970년대 고도성장의 토대가 됐던 ‘중동 특수’가 이라크에서 재현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에 대해 호감 가져
공개입찰 대신 직거래 할수도”

신도시 신공항 항만 철도 등
관광·무역인프라에 투자 원해
적극 참여땐 ‘제2 중동특수’

사미 아라지 이라크 국가투자위원회 위원장은 9일 취재진을 만나자마자 “한국 기업들한테 더이상 (이라크 진출을) 주저하지 말라고 꼭 전해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이라크는 지금 중동에서 유일하게 돈이 되는 나라”라며 “돈을 벌려면 지금 당장 들어와야 한다. 다른 나라 기업들이 들어오기 시작하면 그땐 이미 늦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이라크 진출의 선두주자는 터키다. 발전소와 주택, 병원, 도로 등의 분야에 대거 진출해 이라크 인프라 건설 프로젝트 수주의 50%를 휩쓸고 있다. 중국과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이집트, 레바논 등도 이라크 진출에 나서고 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는 최근 이라크가 전쟁으로 파괴된 인프라 재건에 2017년까지 2750억달러(약 300조원)를, 2030년까지 석유 등 에너지 분야에 5000억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다. 이라크 정부는 이라크의 지정학적 이점을 살려 유럽과 동아시아를 잇는 무역의 중심지로 만들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를 위해 정보통신(IT) 등 첨단산업과 금융업에 대한 대대적인 투자를 계획하고 있어, 전후 재건사업 규모는 수조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라크 정부가 특히 한국 기업들의 참여를 원하는 분야는 신도시와 신공항, 항만, 철도 분야다. 현재 바빌론 유적지와 시아파 성지인 카르발라를 찾는 관광객을 겨냥한 새 공항 건설을 추진하고 있고, 이라크 남부 바스라에 20만호 규모의 새도시와 항만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수도 바그다드와 주요 대도시를 잇는 철도 건설 프로젝트에 대한 예산 지원안이 최근 국회를 통과했다.

8일(현지시각) 이라크 바그다드 국립대학 학생들이 구내 카페테리아에서 휴식을 즐기고 있다. 이라크는 지난 4월20일 지방선거가 끝난 뒤 안정을 되찾고 있다.
8일(현지시각) 이라크 바그다드 국립대학 학생들이 구내 카페테리아에서 휴식을 즐기고 있다. 이라크는 지난 4월20일 지방선거가 끝난 뒤 안정을 되찾고 있다.

하디 아미리 교통부 장관은 8일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다행스럽게도 이라크인들은 한국에 대해 매우 호의적”이라며 한국 기업들의 이점을 설명했다. 같은 파병국인 미국과 영국은 과거 다국적기업들의 악행과 군인들의 무례한 행동 등으로 나쁜 감정이 남아 있지만, 한국은 인도적 지원에 초점을 맞춘 파병으로 이미지가 좋다는 것이다. 또 한국은 이라크와 마찬가지로 전쟁으로 모든 것이 파괴됐지만, 눈부신 경제발전으로 선진국 대열에 들어선 것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아미리 장관은 한국 기업들에 파격적인 제안도 했다. “공사 수주를 공개입찰로 진행할 계획이지만, 자격이 충분한 한국 기업들이 원한다면 직접 거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이라크의 국내총생산(GDP)이 원유 생산량 증가에 힘입어 14.8%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코트라는 이라크의 원유 생산량이 지속적으로 증가해 2020년에는 하루 평균 생산량이 880만배럴로 세계 2위 원유 생산 국가로 부상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요인들은 전후 재건사업이 안정적으로 추진될 것이라는 전망을 가능하게 한다.

그러나 이라크 진출을 위해서는 철저한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 가장 크게 신경써야 할 것은 안전 문제다. 연간 테러로 인한 사망자는 5000명 안팎으로, 2006~2007년 2만5000명에서 크게 줄기는 했지만 여전히 많다. 이 때문에 미국과 유럽, 일본은 원유 거래와 차관 제공 등에 집중하고 있다.

이라크의 정치적 역학관계를 제대로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09년 2월 잘랄 탈라바니 이라크 대통령과 유전개발 양해각서를 체결한 뒤 ‘자원외교의 성과’라고 대대적으로 선전했다가 내부고발 사이트 ‘위키리크스’의 주한 미대사관 기밀문서 공개로 “설익은 협약”으로 드러나 망신을 자초한 바 있다. 이라크는 대통령이 상징적인 존재이고 정치적 실권은 총리에게 있음을 간과한 치명적인 실수였다.

<비비시>(BBC)를 비롯한 주요 외신들은 지난 4월20일 치러진 지방의회선거에서 누리 말리키 총리가 이끄는 5개 정당 연합이 전체 378석 가운데 98석을 차지해 승리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하지만 이라크 현지 언론들의 분석은 이와 다르다. 말리키 총리의 다와당이 32석에 그친 반면, 40대의 젊은 정치인 암마르 하킴이 이끄는 이슬람최고평의회가 58석을 차지해 사실상 1당으로 올라섰다. 특히 53석으로 2위를 차지한 통일이라크연합을 이끄는 무끄타다 사드르가 하킴과 제휴를 모색하고 있어 내년에 치러질 총선에서는 집권당이 바뀔 가능성도 있다.

이라크는 현재 시아파(전체 인구의 60%)와 수니파(22%), 쿠르드(18%)가 각각 통치하는 18개 주정부 및 자치정부로 이뤄진 연방제 국가이지만, 원유와 광물 등 주요 자원과 대규모 건설 프로젝트는 중앙정부가 통제한다. 따라서 이런 사업에 진출할 때는 반드시 중앙정부와 접촉해야 한다.

본격적인 투자에 앞서 인도적 지원사업을 하면 더욱 유리하다. 한-이라크 우호재단의 한병도 이사장은 “이라크는 정이 많은 민족이다. 어려움에 처했을 때 보낸 도움의 손길을 절대 잊지 않는다”고 말했다.

바그다드/글·사진 이춘재 기자 cjlee@hani.co.kr


일부 시민들 “외신이 이라크 테러 위험 부풀려”

기자 눈에 비친 바그다드

“이라크가 테러로 위험하다는 건 과장됐다. 봐라! 이 늦은 시각에 사람들이 이렇게 많지 않나. 더구나 애들까지 데리고 온 손님들도 있는데….” 6일 밤 10시30분 바그다드 시내의 한 패밀리레스토랑에서 만난 무스타파 알리(19)는 테러 위협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말했다. 그의 말대로 레스토랑에는 가족 단위의 손님들이 많았다. 중앙에 마련된 놀이방에는 대여섯살로 보이는 어린이들이 미끄럼을 타고 놀고 있었다. 레스토랑 밖 사거리의 중무장한 경찰을 제외하면 서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었다.

이라크는 지난 4월20일 지방의회선거를 전후로 크고 작은 폭탄 테러로 몸살을 앓았다. 유엔은 이라크에서 4월 한달 동안 각종 폭력 사태로 712명이 숨지고 1633명이 다쳐 “2008년 이후 최악의 달이었다”고 밝혔다. 특히 211명이 숨진 바그다드의 피해가 가장 컸다.

하지만 취재진의 눈에 비친 바그다드는 평온했다. 삼엄한 경비를 펼치고 있는 그린존이 밤이 되면 ‘유령의 도시’로 변하는 것과 달리, 그린존 외곽은 활기가 넘쳤다. 시내 곳곳의 음식점과 대형마트에는 주차장에 차를 댈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몰렸다.

오히려 바그다드 시민들은 테러 위협을 묻는 기자에게 한반도의 전쟁 가능성을 언급하며 한국인들의 안전을 걱정했다. 대학생 무스타파 데야딘(22)은 한반도의 핵전쟁 가능성을 보도한 외신 기사를 언급하며 기자에게 전쟁 가능성에 대해 물었다. 기자가 ‘그럴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답하자, 데야딘은 “외신들이 북한의 전쟁 위협을 과장한 것처럼 이라크의 테러 위험도 뻥튀기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라크 정치인들은 지방선거 이후 이라크가 빠르게 안정을 되찾고 있다고 말했다. 후맘 하무디 국회 외교위원장은 “시아파와 수니파 간의 갈등은 존재하지만, 내전으로 확대될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알카에다 등 극단주의 세력이 이라크의 종파분쟁을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라크는 시아파와 수니파, 쿠르드 등 다양한 종파와 민족으로 이뤄진 국가이기 때문에 이라크의 분열은 아랍 국가들의 정치적 안정을 흔들 수 있다. 하무디 위원장은 “이라크의 시아파나 쿠르드가 별도의 국가를 세우면 사우디의 시아파와 이란의 쿠르드도 독립을 요구하게 될 것”이라며 “결국 이라크가 안정돼야 아랍이 안정된다”고 말했다. 또한 석유가 많이 나오는 남부(시아·수니파)와 수자원이 풍부한 북부(쿠르드)가 서로 의존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종파 갈등은 정치적 협상으로 충분히 해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바그다드/이춘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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