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현지시각) 이라크 바그다드 시내 그린존(안전지대)의 서쪽 검문소에서 차량들이 검문을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통행 막는 미군 ‘그린존’에 불만
“미대사관=제2후세인궁전” 비꼬아
“미대사관=제2후세인궁전” 비꼬아
이라크엔 지금 거센 반미의 바람이 불고 있다. 대학생에서부터 종교지도자까지, 수도 바그다드에서 이슬람 시아파 성지인 나자프까지 반미감정의 골이 넓고 깊게 파이고 있다.
4일 나자프에서 만난 시아파 종교지도자(그랜드 아야톨라) 셰이크 파야드는 “사담 후세인 정권을 몰아낸 미군은 이라크인들의 환영을 받았다. 하지만 미군은 그 이후를 보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테러리스트들이 이곳에 몰려들게 했다”고 말했다. 시아파 서열 2위인 그의 견해는 이라크 전체 인구의 60%를 차지하는 시아파 이라크인들에게 막대한 영향을 준다.
그는 반미감정의 원인을 단순히 미군의 이라크 침공에서 찾지 않았다. 그는 “이슬람과 테러를 연계시키는 못된 버릇은 세계를 분열시키고 있다. 이슬람은 서로 이해하고 화합하라고 가르친다”며 이슬람에 대한 미국인들의 왜곡된 시각을 반미감정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하지만 그는 최근 발생한 보스턴 폭탄테러와 같은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의 과격한 행동은 “이슬람의 격조를 떨어뜨리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8일 바그다드대학에서 만난 대학생 문 타다도 “후세인 정권 못지않게 미군이 이라크를 점령했다는 사실이 나쁜 기억으로 남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미국인들에 대한 반대가 아니라 이라크 침공을 결정한 미국 정치인들에 대한 반감”이라고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주이라크 미국대사관과 미군이 만든 그린존은 반미감정을 부채질하고 있다. 미국대사관은 장갑차로 중무장한 군인들이 삼엄한 경비를 펼치며 일반인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대사관 직원과 가족 등 1만명이 생활하고 있는 대사관 안에는 각종 편의시설이 있다. 바그다드 시민들은 미국대사관을 ‘제2의 후세인 궁전’으로 비꼬기도 한다.
그린존은 이라크 전쟁 기간에 미군이 테러로부터 안전한 지역을 확보하기 위해 바그다드 시내 한가운데 10㎢ 넓이의 땅에 2m 높이의 거대한 콘크리트 장벽을 설치한 곳이다. 이곳에는 미국을 비롯한 각국 대사관과 이라크 국회 등 정부 기관들이 모여 있다. 문제는 이 지역이 일반인의 자유로운 출입이 불가능한 곳이라는 점이다. 이라크 정부에서 내준 통행증이 없으면 출입을 못하는데, 이 통행증을 얻기가 쉽지 않다. 시민들은 그린존이 통행의 자유를 막는다며 불만을 나타낸다.
하지만 이라크 제1야당인 이슬람최고평의회 바끼르 자브르 주바이디 당의장은 “미국은 이라크를 돕기 위해 전쟁에서 엄청난 돈을 썼지만, 이라크에서 얻은 것은 전혀 없다”며 “이라크에 자유를 찾아준 미군을 철수시킨 것은 잘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나자프·바그다드/글·사진 이춘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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