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폭탄 터지면서 버스 3대 전소
이스라엘 총리 “이란소행 강력대응”
이스라엘 총리 “이란소행 강력대응”
이스라엘 관광객들이 탄 버스가 불가리아에서 자살폭탄 테러로 폭발해 범인까지 모두 7명이 숨졌다. 이스라엘은 이란을 배후로 지목하고 ‘강력한 대응’을 다짐했다.
18일 오후 불가리아의 흑해 연안 관광도시인 부르가스의 공항 주차장에서 버스가 갑자기 폭발해 이스라엘 관광객 5명과 불가리아 운전기사 1명이 숨지고 수십명이 다쳤다고 <에이피>(AP) 통신 등이 전했다. 목격자들은 범인이 이스라엘 관광객들이 타고 있는 버스에 올라와 자살폭탄을 터뜨렸다고 전했다.
츠베탄 츠베타노프 불가리아 내무장관은 19일 테러 직전에 공항 보안카메라에 녹화된 15초 분량의 동영상을 공개하며 “자폭 테러범은 반바지에 백팩(여행배낭) 차림으로 여느 관광객처럼 보였다”고 용의자를 지목했다. 화면에는 가발로 보이는 긴 금발머리에 선글라스를 낀 20대 백인이 공항 주변을 어슬렁거리는 모습이 찍혔다.
츠베타노프 장관은 “숨진 범인은 미국 미시간주에서 발급된 운전면허증을 소지하고 있었으며, 그것을 미국 연방수사국(FBI)에 보내 감정을 의뢰했다”고 밝혔다. 또 그는 현장에서 범인의 것으로 추정되는 디엔에이(DNA)를 확보해 분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18일 이스라엘 관광객 154명은 전세기 편으로 불가리아 공항에 막 도착해 여러 대의 버스에 나눠 타고 관광 일정을 시작하려던 참이었다. 사건 발생 30분 뒤 현장에 도착한 불가리아의 한 기자는 “버스 3대가 철제 뼈대만 남은 채 완전히 불탔다”며 “버스가 폭발하고 희생자들의 신체 일부가 여기저기 튀는 것을 봤다”는 목격자들의 증언을 전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날 성명에서 “사건의 모든 징후가 이란을 향하고 있다”며 “이란의 테러 행위에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에후드 바라크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자폭 테러는 이란의 꾸준한 지원을 받는 (이슬람 무장정파인) 헤즈볼라의 소행”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란 당국은 “말도 안 되는 정신 나간 소리”라고 일축했다.
이날 테러는 공교롭게도 꼭 18년 전인 1994년 아르헨티나의 유대인 커뮤니티센터에서 폭탄테러로 85명이 숨진 사건과 같은 날에 발생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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