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제재로 생산 과잉 해소안돼
요즘 페르시아만 바다 위에는 정체불명의 덩치 큰 선박 수십척이 정처없이 떠다닌다. 선체에 검은 페인트칠을 덧씌운 넵튠호도 그 중 하나다. 본디 선명이 ‘이란 아스타네’인 이 유조선에는 이란산 원유 수십만t이 실려 있다.
모두 70척에 가까운 다른 선박들도 정체를 감춘 채 원유를 사줄 ‘고객’을 기다리지만 성과를 기대하긴 힘들다. 유럽연합이 이란 핵프로그램 제재 수단으로 지난 1일부터 이란산 원유 수입을 중단하면서 생긴 진풍경이다.
이란은 판로를 잃은 원유들의 지상 저장시설이 부족해 해상 유조선까지 동원해 과잉생산된 원유를 저장하고 있다고 <뉴욕 타임스>가 5일 보도했다. 이란은 현재 하루 280만배럴의 원유를 생산하지만 수출은 하루 160만∼180배럴에 그치는 실정이다. 지난 4일 케냐는 이란과 체결한 하루 8만 배럴의 수입 계약을 철회했다. 우리나라도 지난 5월 이란산 원유 수입량이 전달보다 50%나 줄었다.
그렇다고 이란이 산유량을 대폭 줄이기도 쉽지 않다. 대한석유공사 관계자는 “원유가 매장된 유정에 파이프를 박으면 땅 속의 압력에 의해 원유가 지상으로 분출되는데, 이를 갑자기 억제할 경우 유정의 압력이 바뀌어 위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석유시장 전문가들은 이란의 원유 수츨이 올해 들어 4분의 1이나 줄었다고 말한다. 이에 따른 외화 손실액만 100억달러(약 11조4000억원)에 이르지만 이런 타격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국제 원유값이 하락세인데다, 이란산 원유 금수 조처가 금세 풀린다는 보장도 없기 때문이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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