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아므르 무사(75), 무함마드 무르시(59), 아불 푸투흐(61), 함딘 사바히(57), 칼리드 알리(40).
5월 23~24일 이집트 대선
26일 최종 후보 명단 발표
26일 최종 후보 명단 발표
이집트 대선이 한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대권을 향한 각 정치진영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오는 5월 23~24일 치러지는 이집트 대선에는 지금까지 모두 23명의 후보가 등록했다. 이집트 선거관리위원회는 26일 후보 적격성 심사를 마치고 최종 후보 명단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집트 대선은 지난해 2월 최소 846명이 숨진 대규모 반독재 민중시위로 호스니 무바라크 정권이 무너진 뒤 15개월만에 군부정권이 물러나고 민간정부가 들어서는 역사적 사건이다. 튀니지에서 시작된 ‘아랍의 봄’이 중대한 결실을 맺는 이정표다. 이집트는 중동·북아프리카의 이슬람권에서 가장 인구가 많을 뿐 아니라 중동 지역의 국제정치에서 영향력이 큰 나라이다.
이번 대선의 최대 관심사는 두 가지다. 민간정부 이행 이후 군부의 지위와 영향력, 그리고 이슬람주의 세력의 집권 여부다.
이집트 과도정부 구실을 하고 있는 최고군사평의회는 이번 대선이 끝난 뒤 7월 1일 권력을 민간에 이양하겠다고 밝혀왔다. 그러나 1952년 아랍 민족주의를 표방한 ‘나세르 혁명’ 이후 60년 동안 정권을 장악해온 이집트 군부는 퇴진 이후에도 막후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뜻을 공공연히 내비치고 있다. 이집트 일간 <알아흐람>은 최근 “군 장교들이나 군부가 지명한 각료들의 발언은 군부가 기업에서부터 국가안보까지 광범위한 이해 관계를 지키고 국정운영에도 영향을 미치는 가이드 구실을 하고 싶다는 뜻을 암시한다”고 보도했다.
이번 대선의 또다른 관심사는 이슬람주의 세력 대 정교분리를 주장하는 세속주의 세력의 대결이다. 이집트의 역대 군부정권은 세속주의를 표방하며 이슬람주의 세력을 불법화하거나 탄압해왔다. 그러나 이집트 최대 조직인 무슬림형제단의 자유정의당은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치러진 총선에서 하원 의석의 47%를 차지하는 압승을 거뒀다. 이슬람근본주의 정당인 알누르당까지 합치면 이슬람주의 세력이 상하 양원의 70%에 이른다.
현재 대선 후보들 중에선 아므르 무사(75·무소속) 전 아랍연맹 사무총장과 무함마드 무르시(59) 자유정의당 후보가 각각 세속주의 정치인과 이슬람주의 세력을 대표하는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힌다. 두 후보는 정치 노선 뿐 아니라 군부 및 대외 관계에 대한 태도에서도 비교적 뚜렷한 대조를 보인다.
무르시는 지난 21일 “이슬람이 해결책”이란 슬로건을 내걸고 자유정의당의 새 대선후보로 선출됐다. 그는 첫 대중연설에서 지지자들에게 “코란이 우리의 헌법이며, 샤리아(이슬람 율법)이 우리의 지침이다”고 외쳤을만큼 이슬람주의의 구현을 공개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그는 최근 <로이터> 통신 인터뷰에서 “이집트의 차기 대통령은 외부세력이 강요하는 정책을 집행하지 않을 것”이라는 말로 이전의 친미 정권을 꼬집고 자주적 외교정책을 강조했다. 그의 보좌관은 “무슬림형제단이 기존 국제협약들을 존중하겠지만 무르시가 대통령으로서 이스라엘 정부 인사들을 만나진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뉴욕타임스>는 23일 “무르시가 여성과 이교도(무슬림이 아닌 자)의 대선 출마 금지를 주장하고 이슬람 법학자들의 의회 자문을 요구했으며, 이스라엘 시민들을 ‘살인자들과 흡혈귀들’이라고 부른 적이 있다고 보도했다.
반면 아므르 무사 후보는 지난주 기자회견에서 “이집트는 이슬람주의 세력이 장악한 의회와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로비 능력을 갖춘 대통령이 필요하다”며 자신의 외교적 능력을 강조했다. 그는 또 “대통령 직속 국가안보위원회는 각료들 뿐 아니라 군 지도부도 아우를 것”이라며 군부의 불안감을 달래고 선택적 포용 정책을 펼 뜻을 밝혔다. <로이터> 통신은 “무사가 국가의 핵심정책에 대한 군부의 발언권 보장을 약속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밖에도 올해초 무슬림형제단을 탈퇴한 압둘 무나임 아불 푸투흐(61) 아랍의료연맹 사무총장, 나세르주의를 내세운 함딘 사바히(57) 존엄당 대표, 사회적 자유주의 성향의 인권변호사 칼리드 알리(40) 등이 멀찌감치서 뒤를 쫓고 있다.
군부 출신의 오마르 슐레이만 전 부통령은 이달 초까지도 여론조사에서 20~30%의 높은 지지를 받았으나 최근 이집트 하원이 호스니 무바라크 전 정권 시절 인사들의 대선 출마를 금지하는 법안을 가결함에 따라 입후보 자격이 박탈됐다. 아메드 샤피크 전 총리도 마찬가지다.
또 보수적 이슬람 근본주의인 살라피즘 정당인 알누르당의 하젬 살라 아부 이스마일과 자유주의 성향의 아이만 누르 엘가드당 대표 역시 선관위가 이중국적 문제 등을 이유로 후보 자격을 박탈해 논란이 일고 있다. 또다른 유력 대선 후보로 꼽혔던 무함마드 엘바라데이(70)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은 일찌감치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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