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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무슬림형제단 ‘대선 불출마’ 번복

등록 2012-04-01 21:34수정 2012-04-01 22:55

창설 84년만에 첫 대권 도전
후보로 샤테르 부의장 선출
이집트 최대 야권조직이자 이슬람주의 단체인 무슬림형제단이 오는 5월 대통령 선거에 후보를 내기로 했다. 집권에는 관심이 없으며 특정 후보를 지지하지도 않겠다던 기존의 태도를 전면 뒤집은 것이다.

무슬림형제단은 지난 31일 저녁 기자회견을 열어, 이 단체의 정치조직인 자유정의당 소속 카이라트 알샤테르(61) 의회 부의장을 대선 후보가 대선에 출마하기 위해 부의장 직을 사퇴할 것라고 발표했다고 <알마스리 알윰> 등 현지 언론들이 보도했다. 기업가 출신의 백만장자인 샤테르 부의장도 자신의 대선 후보 지명을 수락했다.

무슬림 형제단 지도부는 “(이집트 민중)혁명에 대한 심각한 위협, 호스니 무바라크 전 정권 출신의 후보들 난립, 현 과도정부가 국민의 뜻을 대변하지 못하는 것”등을 대선 참여의 이유로 들었다. 자유정의당의 모하메드 모르시 대표도“우리는 권력에의 욕망 때문이 아니라 의무를 수행할 능력이 없는 의회에서 우리가 최대 다수당이므로 대선에 참가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앞서 이날 오전 무슬림형제단의 최고 의결기구인 슈라위원회는 비상회의를 열어, 어떤 대선 후보를 지지할지 또는 자체 후보를 낼지 여부를 논의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이로써 ‘진정한 이슬람 가치의 실현과 확산’을 표방하는 무슬림형제단은 지난 1928년 창설된 지 84년만에 처음으로 대권을 넘보게 됐다. 지난해 12월과 올해 1얼 치러진 자유총선에서 압승해 상하원 의석의 47%를 차지한 데 이은 정치적 도약이다.

그러나 무슬림형제단 내부에선 대선 후보를 내는 것에 대한 이견도 만만치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알샤테르의 대선 후보 자격 논란도 시빗거리다. 알샤테르는 호스니 무바라크 독재정권 시절인 2008년 군사법원에서 반정부 활동 혐의로 징역 5년형을 선고받고 복역하다, 지난해 2월 이집트 민중혁명 이후 과도정부인 최고군사평의회의 가석방으로 풀려났다. 법적으로는 아직 형기가 남아 있다. 이집트 법률은 복역 중인 사람의 공직 출마가 금지돼 있다. 무슬림형제단은 알샤테르의 출마에 법적인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조만간 사면복권 조처가 이뤄질지는 아직 미지수다.

무슬림형제단은 민중의 삶 속에 파고드는 영성운동과 의료·교육·상수도 등 사회복지 사업으로 이집트 국내 뿐 아니라 아랍 전역의 폭넓은 지지를 얻으며 세력을 키웠다. 그러나 이들의 이슬람 원리주의 성향은 역대 세속주의 정권과 충돌하면서 불법조직으로 지목돼 탄압을 받아왔다.

무슬림형제단의 대선 참가는 과도정부인 최고군사평의회 뿐 아니라 이슬람세력의 정치 세력화를 우려해온 자유주의 및 세속주의 정당과 갈등을 빚을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슬람주의 세력의 영향력 확대를 우려해온 서구도 무슬림형제단의 행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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