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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이스라엘은 이란을 때릴 것이냐

등록 2012-03-02 22:05수정 2012-04-18 10:53

정의길 국제부 선임기자
정의길 국제부 선임기자
[토요판] 다음주의 질문
핵개발 저지 군사위협 절정
미국은 또 과거처럼 모른척?

이란의 핵개발을 저지하려는 이스라엘의 군사공격 위협이 절정에 오르고 있다. 5일 워싱턴에서 열리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회담이 분기점이다. 이스라엘은 정말 공격을 감행할까? 상당 부분 미국의 태도에 달렸다.

#1981년 7월7일 이스라엘은 이라크의 오시라크 원자로를 전격 폭격했다. 이 ‘오페라 작전’ 뒤 미국에 소환된 이스라엘 군사 당국자는 항의를 예상했으나, ‘어떻게 그걸 했느냐’는 한가지 질문만을 받았다. 이스라엘 전투기들이 작전거리도 짧고 군사장비도 불충분했는데도 작전을 성공시킨 것에 경탄만 했다.

#1967년 6월 이스라엘이 이집트와 시리아, 요르단 등을 6일 만에 굴복시킨 6일전쟁 전에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 수장 메이르 아미트는 워싱턴으로 가서 로버트 맥나마라 당시 미 국방장관을 만났다. 앞서 미국은 개전에 강력히 반대했다. 막상 그는 맥나마라를 만나자, “당신의 의도를 명확히 알겠다”며 “귀국하라”는 말을 들었다. 그 다음날 이스라엘은 6일전쟁을 개전했다.

미국은 과거 이스라엘의 군사행동을 억눌렀으나, 결정적으로 막지는 않았다. 문제는 과거처럼 모른 척할 거냐이다.

이란의 핵개발에 대한 미국의 평가는 신중하다. 제임스 클래퍼 국가정보국장과 데이비드 퍼트레이어스 중앙정보국장은 지난 1월31일 의회 청문회에서 “이란이 핵무기를 선택사항으로 가지고 있지만, 핵무기 제조 추진 결정을 내린 증거는 없다”고 명확히 밝혔다. 이스라엘은 이란이 핵무기 개발 결정을 안 내렸다고 해도 ‘나사만 조이면 핵무기를 개발할 시점’에 도달할 때면 늦는다는 입장이다. 9개월 뒤면 이란의 핵개발 시설이 이스라엘 공격에 견딜 정도로 지하화되며, 15개월 뒤면 미국의 공격도 견딜 것이라고 본다.

미국은 이스라엘의 행동을 반대한다. 이라크에서 철군한 지가 어제이고, 아프간에서는 전쟁중이고, 호르무즈 해협 봉쇄 등 이란의 보복 파장을 가늠할 수 없다. 미국에서는 이미 갤런당 5달러로 치솟는 석유값이 폭등할 수 있다.

이스라엘에도 공격 회의론은 있다. 이란 핵개발 저지 공작을 총지휘해온 메이르 다간 전 모사드 국장은 2010년 퇴임하기 전 이스라엘 기자들을 불러 “군사공격 수단으로 이란의 핵을 완전히 저지할 수 있다는 가정은 잘못됐다”고 이스라엘 지도부를 비난했다. 그는 군사공격이 성공해도 단지 이란 핵무기 개발 능력을 지체시킬 뿐이며 오히려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을 일으킬 것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아모스 야들린 전 군정보기관 수장은 이스라엘에 의해 원자로가 폭격당한 이라크와 시리아가 핵개발을 재개하지 못한 경우를 들며, 군사공격 뒤 국제사회가 이란을 계속 옥죈다면 핵개발은 저지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미국이 이스라엘을 끝까지 막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관건은 이란의 보복이다. 이스라엘은 이란의 보복 시나리오를 ‘1991년+2006년+부에노스아이레스의 3~5배’로 본다. 1991년 걸프전 때 이라크의 후세인 정권의 스커드 미사일 공격, 1996년 헤즈볼라의 3천발 로켓포 발사, 1990년대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이스라엘대사관 공격 등을 합친 3~5배 정도도 감내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란이 결코 중동 전역을 전화로 몰아넣지 않는 제한적 공격을 할 것이라고 본다. 제임스 카트라이트 전 미 합참차장 등 미국 쪽의 일부 인사들도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등은 미국의 전면적 침공을 초래해 정권이 전복될 것이라며, 이란의 보복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본다.

미국도 과거처럼 ‘잠깐만 참으면 되지 않을까’라는 유혹을 느낄 소지가 적지 않다. 확실한 것은 두 나라 모두 이란의 핵무장을 저지하는 데 군사공격도 불사하겠다는 거다. 이란도 이를 알고 있어, 최대한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고 있다. 결국 이란의 핵무기 보유라는 사실보다는 이란의 의도에 대한 미국과 이스라엘의 판단이 관건이다. ‘이란 공격이 불러올 중동분쟁’보다는 ‘핵무장할 수 있는 이란의 존재’가 더 위험하다고 본다. 과연 그럴까? 무엇이 더 위험할지는 지나 봐야 안다. 문제는 그 대가가 너무 크다는 거다.

정의길 국제부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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