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제재로 결제수단 막혀
빵값 급등…서민살림 직격탄
빵값 급등…서민살림 직격탄
이란 핵프로그램을 겨냥한 국제사회의 경제제재가 이란 서민의 목줄을 죄고 있다.
이란의 쌀 수입업자들은 지난해 10~11월 선적된 인도산 수입쌀 20만t의 대금 1억4400만달러(약 1600억원)의 지급유예(디폴트)를 선언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7일 보도했다. 미국이 이란 중앙은행의 금융거래를 차단하면서 대금 결제 수단이 막힌데다, 이란 화폐 가치의 급락으로 지불 부담이 커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인도 쌀수출협회는 신용거래에 기반한 대 이란 쌀 수출을 중단하라고 회원사들에 통보했다. 이 협회의 비자이 세티아 회장은 “이건 심각한 문제다. 이란의 추가 디폴트 선언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곡물거래가 선물이나 신용결제로 이뤄진다는 점에서, 인도 쪽의 대응은 이란에 대한 쌀 금수 조처나 다름 없다. 이란은 연간 쌀 소비량 290만t의 약 45%를 수입에 의존하며, 인도는 그 70%를 차지하는 최대의 쌀 공급원이다.
쌀뿐만이 아니다. 이란은 사료용 옥수수의 62%, 설탕의 59%도 외국에서 들여오는데, 대금 결제 문제로 모두 심각한 차질을 빚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지난달 이란에 대한 사료용 옥수수의 수출량을 40%나 줄였다. 최근엔 이란으로 향하던 곡물선 5척이 뱃머리를 돌렸다. 40만t의 곡물을 실은 10여척의 선박은 현재 이란 앞바다에서 입항하지 않은 채 발이 묶였다.
이란의 식량값도 치솟고 있다. 빵값은 지난해 12월 이후 두달 새 세 배나 뛰었다. 1인당 월평균 수입이 350달러 수준인 서민 대다수는 육류 섭취는커녕 1㎏에 5달러까지 오른 쌀값도 버겁다.
이란 외교부의 라민 메만파라스트 대변인은 7일 “서구의 제재는 적개심을 품은 행위이자 심리전으로, 새로울 게 없다. 이란은 지난 30여년간 제재를 버텨왔다”고 일갈했다. 이란 의회도 유럽의 이란산 석유 금수가 실행되기 앞서 대유럽 원유 수출을 끊는 법안을 서두르고 있다. 한 의원은 이날 이란 <파르스> 통신에 “법안이 통과되면 정부는 유럽에 대한 원유 수출을 즉각 중단하고 유럽연합의 상품 수입도 전면 금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구의 추가제재가 이란의 정권 핵심보다 서민 살림살이에 직격탄을 날린 꼴이다. 하지만 캐서린 애슈턴 유럽연합(EU) 외교정책 고위대표의 대변인은 이날 “추가제재의 의도하지 않은 결과는 이란 정부가 선택한 정책의 결과”라고 비난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 집주인, 월세로 내놔도 잘나가는데 굳이 왜…
■ “황우석 제자들도 논문 조작…일부는 학위 받아 교수까지”
■ 박근혜 “지역구 불출마” 밝히며 눈물 훔쳐
■ 날씨 타는 박태환 ‘장대비도 괜찮아’
■ 한국 호랑이와 시베리아 호랑이는 한 핏줄
■ 집주인, 월세로 내놔도 잘나가는데 굳이 왜…
■ “황우석 제자들도 논문 조작…일부는 학위 받아 교수까지”
■ 박근혜 “지역구 불출마” 밝히며 눈물 훔쳐
■ 날씨 타는 박태환 ‘장대비도 괜찮아’
■ 한국 호랑이와 시베리아 호랑이는 한 핏줄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