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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EU, 이란 원유금수 합의
호르무즈해협 위기 고조

등록 2012-01-05 20:46수정 2012-01-05 21:28

핵개발 중지 압박 추가제재
유럽시장 막히면 이란 타격
국제유가도 벌써 오름세로
이란-서방 치킨게임 가속화
유럽연합(EU)이 이란 원유의 금수 조처에 합의했다. 지난주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이란과 국제사회의 금융 거래를 끊는 법안에 서명한 데 이어, 이란의 핵개발 중지를 압박하는 추가 제재다.

유럽연합은 지난달 31일 회의에서 회원국들의 이란산 원유 수입을 금지하기로 합의해 이달 말께 공식결정할 예정이라고 <로이터> 통신이 4일 복수의 외교관들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한 외교관은 “회의에서 많은 진전이 있었다. (회원국들이) 석유 금수에 원칙적으로 합의했으며, 더이상의 논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산 원유 의존도가 높은 이탈리아와 스페인 등 일부 회원국들도 그동안의 반대 입장을 접었다는 뜻이다.

알랭 쥐페 프랑스 외무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오는 30일 유럽연합 외무장관 회담에서 금수가 공식 결정될 것 같다”고 말했다. 미국 국무부의 빅토리아 뉼런드 대변인은 즉각 “유럽연합의 이런 움직임은 가까운 동맹국들뿐 아니라 전세계가 동참하기를 바라는 조처”라며 환영했다. 날로 제재 강도를 높여가는 서방과 호르무즈 해협 봉쇄 등 강경대응을 경고해온 이란의 날선 대립이 출구 없는 치킨게임으로 치닫는 모양새다.

이란은 일일 원유 수출량의 17%가 넘는 45만배럴을 유럽으로 수출하고 있다. 중국에 이어 두번째 시장인 유럽 수출이 막히면 이란 경제는 상당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국제유가도 덩달아 오름세다. 4일 두바이 현물 유가는 전날보다 2.58달러나 오른 배럴당 108.49달러를 기록했다. 런던선물시장의 북해산 브렌트유도 전날보다 1.57달러 오른 113.7달러에 마감됐다. 유럽이 이란산 원유의 대체수입선을 찾아나서면 국제 석유공급이 더욱 압박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뉴욕 타임스>는 이날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 유가는 단 며칠 만에 50% 이상 폭등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서구의 제재에 맞서 이란이 최근 열흘간의 대규모 해군 기동훈련과 미사일 시험발사를 강행하면서, 국제 원유 수송의 핵심 해로인 호르무즈 해협엔 팽팽한 군사적 긴장감이 감돈다.

앞서 3일 이란의 아타올라 살레히 군사령관은 “미국 항공모함이 다시 페르시아만으로 돌아오면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난달 27일 미국 항공모함 존 스테니스호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해 오만해로 나간 것을 겨냥한 말이다. 미 국방부는 “페르시아만의 미 해군 배치는 계속될 것”이라며 이란의 경고를 일축했다.

그러나 이런 대립이 실제 무력충돌보다는 상대의 의중을 떠보는 기싸움에 가깝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전 대테러 담당관 필립 지랄디는 4일 이란 국영 <프레스 텔레비전>과의 인터뷰에서 “현재로선 미국이 이란과 전쟁을 하려 한다고는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국제원유시장에 불어닥칠 후폭풍 때문이다. 그는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경고는 서방의 이란 중앙은행과 에너지 산업 제재에 대한 반응”이라고 평가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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