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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버스 남성좌석에 앉지 마라”…이스라엘판 ‘로자 파크스 사건’

등록 2011-12-27 21:07수정 2011-12-27 21:14

극단적 유대교, 남녀분리 주장
정부 수용 거부에 대규모 시위
 1955년 12월 미국의 흑인여성 로자 파크스는 버스 좌석의 흑백 분리정책을 거부했다가 체포되면서 인종차별 철폐 운동의 불씨를 놓았다. 그로부터 반세기도 넘은 20011년 말, 이와 비슷한 사건이 이스라엘에서 재연되고 있다. 인종차별이 성차별로 바뀌었을 뿐이다.

 예루살렘 인근 도시인 베이트 셰메슈에서 26일 극단적인 정통파 유대교(울트라 오소독스) 신도들인 ‘하레딤’ 수천명이 엄격한 남녀분리를 주장하며 시위를 벌이다 경찰과 충돌했다고 이스라엘 일간 <하레츠>가 전했다. 이들은 ‘남녀 분리’를 주장한 펼침막을 철거하려는 경찰에게 돌과 계란을 던지며 “나치”라고 외치는가 하면, 현장을 취재하던 언론사 기자들도 공격했다. 27일 오후 6시(현지시각)엔 1만명이 모이는 대규모 시위를 예고했다.

 사태의 발단은 지난 19일 타냐 로젠빌트라는 여성이 예루살렘행 시외버스에 첫손님으로 탄 뒤 뒷쪽 여성 좌석이 아닌 운전사 바로 뒷좌석에 앉으면서부터다. 로젠빌트는 얼마 뒤 버스에 오른 한 하레딤 남성으로부터 자리를 옮기라는 요구를 들었으나 이를 거부하면서 언쟁이 벌어졌고, 이를 말리던 버스 기사가 급기야 경찰을 부르면서 사건이 커졌다.

 나흘 뒤인 23일엔 엄마 손을 잡고 학교에 등교하던 8살 소녀가 한쪽길로 피해다니길 거부했다는 이유로 하레딤에게 모욕을 받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들의 남녀분리 신조를 둘러싼 사회적 갈등이 다시 불거졌다.

 울트라 오소독스는 종교적 신념에 따라 남녀가 한자리에 섞이지 않는 극단적 ‘남녀 유별’을 주장한다. 예루살렘 시당국이 버스 좌석의 남녀 분리 요구를 거부하자, 하레딤의 백만장자 클럽은 남녀 좌석이 구분된 별도의 버스노선 신설에 돈을 대겠다고 나섰을 정도다. 이스라엘 교통부는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지만, 남녀평등을 명시한 이스라엘의 현행법상 ‘남녀유별 버스’가 허용되긴 힘들 전망이다.

 이스라엘 여성계와 세속주의 유대인들은 물론, 유대교 정통파 내부에서도 이들의 주장이나 극단적 행동을 비난하지만, 하레딤들은 아랑곳하지 않는 태도다. 이스라엘 최고랍비위원회의 요나 메츠거 수석랍비는 “나도 남녀분리를 지지하지만, 그건 자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극단주의자들이 여성에 위해를 가하지 못하게 하겠다”며, 검찰에 “지방정부들에 ‘공공장소에서의 여성 배제 금지법’ 시행을 강제할 수 있는지를 점검해보라”고 지시했다.

 이스라엘, 특히 예루살렘에선 검은색 양복과 중절모 또는 키파(유대교 빵모자) 차림에 머리 한쪽을 길게 땋아내린 채 ‘토라’(구약성서의 모세 5경)를 옆구리에 끼고 다니는 남성들을 흔히 볼 수 있는데 그들이 ‘하레딤’이다. 병역을 면제받고, 경제활동을 하지 않은 채 유대교 전통의 종교공동체 생활을 고수해 이스라엘 안에서도 논란이 되고 있다. 이들이 만든 종교정당인 샤스는 현재 이스라엘의 베탸민 네타냐후 우파연정에 참여해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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