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당 하루 2~20달러 소비…50년뒤 11억명 전망
두터운 청년층·도시개발로 외국인투자 10년새 10배
두터운 청년층·도시개발로 외국인투자 10년새 10배
잠비아 토박이인 칠라 카파야(37)는 수도 루사카에 있는 방 4칸짜리 집에서 남편과 자녀 3명과 함께 산다. 정부 공무원이었던 부친 덕에 중등교육까지 마쳤다. 호텔 종업원으로 일하다 최근 국제개발기구에 일자리를 얻은 뒤, 마케팅을 공부해 개인사업을 해보겠다는 포부가 생겼다. 남편 무손다(40)는 시골의 홀어머니가 시장에서 생선을 팔아 중등교육을 시켜줬다. 대학은 직접 학비를 벌며 다녔지만, 지금은 대형은행의 정보보안 책임자로 일하고 있다. 이들 부부는 고급 승용차를 소유하고, 가정부를 고용하며, 쇼핑을 즐긴다. 자녀 교육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아프리카의 중산층이 기지개를 켜고 있다. 영국 <가디언>은 25일 콩고, 잠비아, 나이지리아 등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국가들에서도 소비능력을 갖춘 중산층이 확대되고 있는 현상에 주목했다.
아프리카개발은행(ADB)에 따르면, 지난해 아프리카 중산층은 3억1300만명으로 대륙 전체 인구의 34%에 이른다. 1980~2000년에는 26% 수준의 정체상태였지만, 최근 10년새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아프리카에서 중산층의 기준은 하루에 2~20달러를 소비하는 계층이다. 이 은행은 2060년까지는 중산층이 11억명(42%)으로 늘고, 하루 생활비가 1.25달러 미만(현재 기준)인 절대빈곤층은 41%에서 33%로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11년 전인 2000년 5월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의 표지기사 제목은 ‘희망 없는 대륙 아프리카’였지만 지금은 희망에 찬 아프리카가 된 것이다.
아프리카의 경제는 역동적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아프리카의 경제성장률이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6%에 이를 것으로 본다. 아시아 신흥경제국들에 맞먹는 수준이다. 예컨대 나이지리아의 2011년 국내총생산(GDP)은 2400억달러로 11년 전 460억달러의 5배가 될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 10월 미국의 한 민간경제연구기관은 나이지리아 ‘중산층’(월소득 500~600달러)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냉장고 등 백색가전 제품을 구매할 계획이 있다는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하면서 “소비자 붐이 일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런 경제성장의 동력은 두터운 젊은 인구층과 급속한 도시화 추세다. 최근 10년 새 외국인 투자가 10배나 늘었고, 노동생산성도 연간 3%씩 높아지고 있다. 휴대전화와 위성방송 등 정보통신과 과학기술의 보급도 일상이 됐다. 이와 함께 상당수 나라에서 선거를 통한 권력교체가 확대되면서 독재의 기반이 갈수록 좁아지고 있는 점도 한몫하고 있다. 올해 북아프리카와 중동을 휩쓴 ‘아랍의 봄’은 사하라 이남 블랙아프리카에도 민주화를 통한 정치·경제적 성장에 중요한 시사점을 줄 것으로 보인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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