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멘의 알리 압둘라 살레 대통령이 23일 권력이양을 뼈대로 한 걸프협력회의(GCC)의 중재안에 서명했다.
유엔의 예멘 특사인 자말 벤 오마르는 이날 서명식에 앞서 <아에프페>(AFP) 통신과의 전화 통화에서 “살레의 중재안 서명식이 오늘 사우디아라비아의 수도 리야드에서 열릴 것”이라고 밝혔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살레와 전날 전화 통화를 했다며, 살레가 중재안에 서명한 뒤 치료차 미국 뉴욕에 갈 것이라고 전했다.
예멘 국영 텔레비전 방송도 이날 “살레 대통령이 사우디 정부의 초청을 받아, 예멘을 위기에서 구하기 위한 걸프협력회의의 중재안과 유엔의 이행 방안에 서명하려고 사우디를 방문했다”고 보도했다. 예멘의 살레 정권과 야권은 또 “살레 대통령이 검찰 기소를 면제받는 조건으로 압드라부 만수르 하디 부통령에게 모든 헌법적 권한을 즉각 넘겨준다”는 내용의 유엔 로드맵에도 서명할 것이라고 현지 외교 소식통이 밝혔다. 앞서 예멘의 야권은 지난 4월 이 중재안에 서명했다.
그가 실제로 물러나면, 북아프리카에 이어 중동에서도 민주화 시위로 최고권력자가 물러나는 첫 사례가 나오는 셈이다. 33년째 장기집권하고 있는 살레 대통령은 올해 초 ‘아랍의 봄’으로 촉발된 민주화 시위에 강경 유혈진압으로 대응하면서 사태가 내전 양상으로 번졌다. 살레는 지난 6월 반군의 공격에 중상을 입고 사우디로 피신해 치료를 받은 뒤 9월에 귀국했다.
그는 지금까지 수차례나 정권 이양을 약속하고도 지키지 않다가, 이날 면죄부 부여를 조건으로 마침내 중재안에 서명했다. 유엔과 인권단체들은 예멘 사태로 지금까지 1500여명이 숨진 것으로 보고 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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