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경 대제국 ‘가라만테스’
카다피 몰락에 복원 기대감
카다피 몰락에 복원 기대감
대서양 해저에 아틀란티스 문명이 있다면, 사하라 사막 땅 밑에는 가라만테스 문명이 있다.
리비아에서 무아마르 카다피 전 정권이 무너지면서, 북아프리카 리비아 남부의 사막 지역에서 번창했던 ‘잃어버린 문명’이 복원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리비아는 인접국 알제리, 이집트 등과 함께 사하라 사막을 경계로 그 남쪽인 ‘블랙 아프리카’와 나뉜다.
카다피는 1969년 쿠데타로 집권한 이후 줄곧 정치적 이유로 사하라 이남의 ‘검은 아프리카’ 문명의 위대함을 강조했을 뿐, 고대 그리스 역사가 헤로도토스와 로마 역사가 타키트스도 언급했던 가라만테스 문명에는 거의 관심을 두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장구한 세월을 사막에 묻혀있는 가라만테스 문명이 지금까지 알려진 것보다 훨씬 방대한 규모였던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5일 보도했다.
베르베르어로 ‘도시들’을 뜻하는 가라만테스는 기원전 5세기부터 기원후 7세기까지 65만㎢의 평원에 존속했던 대제국이었다. 지금의 와디 알아잘, 와디 아시샤티, 주윌라 무르주크 부르주지 등으로 알려진 3곳의 오아시스를 중심으로 정착 도시를 형성하고 교역과 정복으로 번성했다.
영국 레스터대학의 데이비드 매팅글리 교수는 “인공위성 기술을 이용한 최신 탐사 결과 (땅 속에서) 수백개의 촌락이 발견돼 숨이 멎을 지경이었다”며 “강이 없는 사막 한 가운데에 도시화한 정착농경문화가 존재했다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가라만테스 문명의 가장 큰 특징은 농경을 위한 대규모 지하 관개수로다. 헤로도토스는 저서 <역사>에서 에티오피아의 전사들이 전투용 2륜 마차를 타고 소 떼를 사냥하던 장관을 묘사한 바 있다. 삭막한 사막에 목초지와 도시가 유지될 수 있었던 것은 베르베르어로 ‘포가라’로 불리는 촘촘한 지하수로가 있어 가능했다. 가라만테스인들은 제국이 최고로 융성했던 600년 동안에만 300억 갤런(1135억ℓ)의 물을 지하관개수로에서 퍼올려 쓴 것으로 추정된다.
이처럼 방대한 관개수로를 건설하기 위해선 대규모 노예 노동력이 필요했고, 이를 유지하는 강력한 중앙권력과 경제력이 뒷받침되면서 화려한 문명을 꽃피웠다. 가라만테스의 건축 양식은 로마제국의 건축물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그러나 4세기 들어 지하수가 고갈되기 시작하자 땅을 더 깊이 파고 다 많은 노예를 충원하는데 국력을 소진하면서 대제국은 쇠퇴하기 시작했다.
매팅글리 교수는 “고대 아프리카 역사에서 가라만테스 문명이 과소평가된 것은 로마 중심의 식민사관 때문”이라며, 항후 리비아 정부가 관광 및 석유자원 개발 과정에서 가라만테스 유적지를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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