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명 뒤에 오는 퇴보인가?’
무스타파 압둘잘릴 과도국가평의회(NTC) 위원장의 ‘시대역행적 발언’에 리비아 여성들이 발칵 뒤집혔다. 압둘잘릴 위원장이 “새로운 정부는 이슬람 율법에 따라 지배될 것”이라며 “이슬람 율법과 상충하는 일부다처제의 제한을 폐지해야 한다”고 말한 것이 불을 지른 것이다. 이 발언 때문에 리비아 여성들이 한주 내내 들끓었다고 <뉴욕 타임스>가 30일 보도했다.
과도국가평의회와 함께 카다피 독재 정권을 무너뜨리기 위한 전선에 함께 섰던 수많은 리비아 여성들은 독재자인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에서도 ‘예외적’으로만 인정됐던 일부다처제를 전면 허용하겠다는 압델잘릴 위원장의 발언에 대해 “새로운 압제”라며 반발하고 있다. 생물학을 전공하는 여대생 아와티프 알흐자기는 “이슬람 법을 준수하는 것과 일부다처제를 허용하는 것은 다른 문제”라고 말했다. 여성 변호사 아자 카멜 마구르도 “1970년대 여성들이 얻은 권리를 빼앗길 수는 없다”며 리비아의 임시 수장일 뿐인 압델잘릴 위원장이 책임선을 벗어난 행동을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리비아 반군의 카다피 축출을 지원했던 외국 동맹국들 사이에서도 일부다처제 허용 방침에 우려를 보이고 있다. 알랭 쥐페 프랑스 외무장관은 “여성의 존엄성 측면에서 리비아의 일부다처제 허용은 우리에게도 문제”라고 말했다.
하지만 리비아 여성들과 달리 남성들은 압델 잘릴 수반의 발언을 환영하고 있다. 지난 28일 벵가지에서는 수백명의 남성이 일부다처제를 허용하겠다는 압델잘릴 위원장을 지지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리비아 전문가들은 압델잘릴 위원장의 일부다처제 전면 허용 발언은 이슬람주의자들에게 지지를 받아내기 위한 정치적 발언이라고 분석했다고 <뉴욕 타임스>는 전했다. 압델잘릴 위원장이 “샤리아(이슬람 율법)은 일부다처제를 허용한다”면서도 “(하지만) 그 어떤 법도 폐지하지 않겠다”는 모호한 어법을 사용한 데서도 이런 속내가 읽힌다. 현행 리비아 법은 첫번째 아내의 허락이 있을 경우에 한해, 여러 아내를 둬야 하는 이유를 판사 앞에서 밝힌 뒤에야 일부다처제가 허용되기 때문에 일부다처제를 전면 허용하겠다는 말과는 배치되기 때문이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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