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남 사이프 리비아 과도정부에 “헤이그법정 보내달라” 제안
지난 20일 사살된 무아마르 카다피 전 리비아 국가지도자가 사실상 린치를 당한 뒤 사망한 것으로 보이는 동영상이 공개됐다.
미국의 국제뉴스 전문 온라인매체 <글로벌 포스트>가 27일 공개한 동영상을 보면, 카다피는 시민군에 의해 성적 공격 등 학대를 당한 뒤 끌려다닌 것으로 드러났다.
카다피 체포 직후 한 시민군 병사가 휴대전화로 촬영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이 영상에서 카다피는 한 병사에 의해 긴 물체로 양쪽 엉덩이 사이를 찔렸고, 고통스럽게 주저앉은 상태에서 모래 세례를 받았다. 카다피는 시민군 차량으로 끌어올려진 뒤 나온 다음 장면에서 상의가 벗겨진 채 끌려다녔으며, 발길질도 받았다.
<비비시> 방송도 카다피가 성적인 공격을 받았음을 시사할 수 있는 휴대전화 영상이 입수됐다고 보도했다. 이슬람권에서 항문에 대한 공격은 가장 모욕적인 행위로 간주된다.
한편 카다피의 차남 사이프 이슬람은 국제법정의 처벌을 자청하고 나섰다. 리비아 과도국가평의회(NTC·과도정부)의 압둘 마지드 믈레그타 사령관은 26일 <로이터> 통신에 “사이프와 그의 동서이자 전 리비아 정보국장인 압둘라 세누시가 자신들을 헤이그로 넘겨달라고 브로커를 통해 제안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제형사재판소(ICC)는 지난 5월 이들을 ‘반인도주의적 범죄’ 혐의로 기소하고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사이프는 카다피 가족 중 유일하게 리비아 안에서 살아남은 인물이다.
리비아 과도정부는 사이프가 인접국인 니제르나 알제리로부터 도피처를 제공받지 못한 채 현재 리비아 남부 사막지대에 숨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국제형사재판소 대변인은 이날 “사이프의 투항에 관한 어떠한 이야기도 확인해줄 게 없다”며 “자세한 내용을 알기 위해 리비아 과도정부 쪽과 접촉중”이라고 밝혔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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