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장세력 난립·분열 ‘재건 걸림돌’
과도정부 리더십 취약…말 안먹혀
과도정부 리더십 취약…말 안먹혀
지난 20일 무아마르 카다피의 ‘제거’에 성공한 리비아 무장세력들이 전후 복구와 국가재건에 되레 걸림돌이 되고 있다.
리비아 과도국가평의회의 잘릴 지브릴 총리는 22일 “거리 어디에서나 무장세력이 널려 있는 풍경은 과도정부의 질서 회복 노력을 훼손한다”며 “무장혁명그룹들은 이제 무장 해제를 시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가 전했다. 요르단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 참석 중인 지브릴 총리는 “가장 시급한 과제는 거리에서 질서와 치안을 회복해, 모든 사람이 안전하게 일상 생활을 시작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무장세력의 난립은 전쟁의 내상 치유와 사회통합, 차기정부 구성을 책임지고 있는 과도국가평의회가 직면한 최대의 난제다. 과도국가평의회는 수많은 부족과 지역 세력이 ‘카다피 축출’이라는 목표로 모인 느슨한 협의체 수준이다.
미국의 민간 전략분석기업 ‘스트랫포’도 최근 “리비아 전국에 산재한 무장그룹들이 국민 통합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면서, 과도정부의 권위에도 의문을 제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리비아 무장그룹들은 수도 트리폴리조차 서로 나눠 점령하고 있으며, 과도국가평의회의 지휘와 통제는 거의 먹히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무장그룹들은 크게 동부 벵가지, 중부 미스라타, 서부 트리폴리와 젠탄 출신 등 3대 주요 세력으로 나뉜다. 지난 8월 트리폴리 함락은 서부 세력이 앞장선 반면, 이번 카다피 제거는 미스라타 세력이 중심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때 미스라타 세력은 벵가지 출신 중심의 과도국가평의회를 겨냥해 총리가 미스라타에서 나와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들은 카다피 체제에 대한 평가와 리비아의 미래상에 대한 생각이 엇갈린다. 다른 군소 무장그룹들도 새 리비아에서 나름의 대표성을 주장한다. 이같은 분열은 지리적인 차이 뿐 아니라, 이슬람주의 대 세속주의, 베르베르인 대 아랍족 등 정파와 종파, 민족 갈등이 중첩돼 있다.
지브릴 총리는 “8개월 안에 첫 총선을 치르고, 새 의회가 대통령 선거 이전까지 임시정부 구성과 헌법 제정 등 주요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고 말했지만, 이런 정치일정을 주도할 과도국가평의회의 리더십은 탄탄치 않은 상황이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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