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다시 태어난 날” 부모 감격
가자 석방자 환영식엔 20만 운집
가자 석방자 환영식엔 20만 운집
18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포로 교환으로 석방된 ‘영웅’들을 맞느라 하루종일 환희의 분위기에 휩싸였다.
이스라엘 북부의 작은 마을인 미츠페 힐라엔 피랍 5년 만에 무사히 풀려난 길라드 샬리트(26) 병장을 환영하는 인파로 북새통을 이뤘다. 샬리트를 태운 군 헬리콥터가 고향 집 앞에 내려앉자, 수천명의 환영객은 휘파람을 불고 이스라엘 국기를 흔들고 꽃을 던지며 환호했다고 <에이피>(AP) 통신 등 외신들이 전했다.
샬리트 병장의 아버지 노엄은 환영행사에서 “오늘은 아들이 다시 태어난 날”이라며 기쁨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아들이 수년간 고립돼 있었던 탓에 대중 앞에 나설 순 없으며, 신체적·정신적 상처를 회복해야 한다”며 애틋한 부정을 드러냈다. 그는 아들이 억류 초기엔 처우가 열악했지만 최근 몇년새엔 라디오와 텔레비전 시청도 허용되는 등 대우가 나아졌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이스라엘 주재 자국 대사인 크리스토프 비고를 통해 전달한 축하 친서에서 “가혹한 시련 동안 당신이 보여준 용기에 경의를 표한다”고 극찬했다. 샬리트는 할머니가 프랑스 국적을 지닌 유대인이다.
같은 날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도 이번 협상을 주도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연 환영식에 20만명이 모여 ‘지하드 전사’들의 귀환을 환영했다. 석방자 가족들은 눈물과 포옹으로 혈육과 감격스러운 재회를 했다. 흥분한 군중 속에선 “우리는 또 하나의 길라드를 원한다”는 외침까지 터져나왔는데, 이는 이스라엘 병사를 납치해야 수천명의 팔레스타인 수감자들이 풀려날 수 있는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아랍위성방송 <알자지라>가 보도했다.
한편 이스라엘은 이집트 국영 텔레비전 방송이 샬리트가 귀향하기 직전에 ‘부적절하고 강요된 인터뷰’를 했다며 “이는 저널리즘의 기본 윤리를 어긴 행동”이라고 비난하고 나섰다.
인터뷰를 한 여성 기자 샤히라 아민은 샬리트가 이스라엘 당국에 인계되기 직전 대기실에서 “이스라엘 교도소에 있는 팔레스타인 수감자 4000명의 석방을 돕기 위한 운동을 할 뜻이 있느냐”고 물었다. 샬리트는 한참만에 “그들이 풀려나면 정말 기쁠 것”이라며 “이번 포로교환으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평화가 증진되고 더 이상의 무장충돌과 전쟁이 없기를 바란다”고 답했다.
아민은 19일치 이스라엘 일간 <하레츠>와의 인터뷰에서 “샬리트의 동의를 얻어 인터뷰를 했으며, 외부의 개입은 전혀 없었다”고 반박했다. 그는 샬리트가 지치고 낮은 목소리로 대답해 인터뷰가 가능한지 몇 차례나 물었으며, 내 자식 또래의 샬리트의 손을 잡고 그를 안정시키기도 했다”고 말했다.
아민은 지난 2월 이집트 혁명 당시 “정권의 선전도구가 되어 공개적인 거짓말을 할 수 없다”며 국영방송 <나일 TV>의 앵커직을 던지고 잠적했다가 호스니 무바라크 정권이 축출된 뒤 복직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아민은 지난 2월 이집트 혁명 당시 “정권의 선전도구가 되어 공개적인 거짓말을 할 수 없다”며 국영방송 <나일 TV>의 앵커직을 던지고 잠적했다가 호스니 무바라크 정권이 축출된 뒤 복직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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