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하마스 1대 1027명 포로 석방
이 샬리트·팔 재소자 477명 동시에 풀려나
평화분위기 조성 기대…‘일시적 타협’ 분석도
이 샬리트·팔 재소자 477명 동시에 풀려나
평화분위기 조성 기대…‘일시적 타협’ 분석도
“자유를 맛볼 수 있어 너무 흥분된다. 가족과 친구가 그리웠다. 사람들과 만나 얘기를 나누고 싶었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에 납치됐다 5년 만에 ‘포로 맞교환’ 방식으로 18일 풀려난 이스라엘군 병장 길라드 샬리트(25)는 이집트 텔레비전과의 짤막한 인터뷰를 통해 이렇게 밝혔다. 샬리트는 2006년 6월 가자지구 접경지역에서 경계근무를 서다 하마스 대원에게 납치됐으며,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샬리트와 1027명의 하마스 수감자를 맞교환하는 데 지난 13일 최종 합의했다. 샬리트는 팔레스타인에 붙잡힌 이스라엘 군인 가운데 26년 만에 자국으로 귀환한 첫 생존 군인이 됐다.
<에이피>(AP) 통신은 체크무늬 셔츠를 입은 샬리트의 모습이 “야위고, 지쳐 있었으며, 멍한 표정이었다”고 전했다. 또 그의 얼굴은 창백했으며, 숨을 쉬기 힘들어했고, 질문에 대한 답변을 할 때 더듬거리는 편이었다. 그러나 그를 진료한 군의관들은 “건강 상태가 양호하다”고 밝혔다.
샬리트는 이날 오전 스포츠실용차(SUV) 편으로 수감돼 있던 가자지구에서 국경을 넘어 중간기착지인 이집트로 넘겨졌다. 이어 헬기를 타고 이스라엘 텔아비브 인근에 있는 텔노프 공군기지로 이동해 2006년 6월25일 이후 처음으로 그의 부모와 재회한 뒤 고향으로 돌아왔다.
이스라엘 당국이 풀어준 팔레스타인 재소자 477명을 실은 버스들도 속속 이집트 국경을 넘어 각각 요르단강 서안과 가자지구로 흩어졌다. 가자지구에서는 20만명 이상이 모여, 돌아온 팔레스타인 재소자들을 환영했다. 팔레스타인 고위 인사들도 결혼식장에서처럼 한 줄로 서서 이들과 악수를 하거나 껴안으며 석방을 축하했다고 <에이피> 통신은 전했다. 서안에서 재소자들을 맞은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은 “당신들은 자유의 투사이며 신과 고국을 위해 성전을 치른 전사들”이라고 추어올렸다. 나머지 550명의 재소자들은 앞으로 두달 안에 석방된다.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서로 실체를 인정하지 않았으나, 이번 재소자 맞교환을 통해 새로운 평화 분위기가 조성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석방된 샬리트도 이런 바람을 피력했다. 그러나 이스라엘 정부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를 견제하기 위해 하마스와 ‘일시적 타협’을 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어, 실제 중동의 평화 정착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관측도 적지 않다.
이용인 기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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