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권리 향상 정책 불구
종교지도자 등 반발 거센탓
운전면허 발급 안해 `불법’
앰네스티 “채찍형은 잔인”
종교지도자 등 반발 거센탓
운전면허 발급 안해 `불법’
앰네스티 “채찍형은 잔인”
사우디아라비아의 한 여성이 운전을 했다는 이유로 26일 법원에서 채찍 10대의 태형을 선고받았다. 압둘라 빈 압둘아지즈(87) 국왕이 여성에게도 참정권을 주겠다고 전격 발표한 지 불과 하루 만에 전근대적 차별이 작동한 것이다.
올해 초부터 북아프리카와 중동 전역을 휩쓴 민주화 운동에 힘입어 아랍 여성들의 권리 향상 욕구도 부쩍 높아졌지만, 아직 변화를 실감하기엔 봄바람이 더디기만 하다.
세이마 자스타니아라는 여성이 지난 7월 사우디 서부 제다에서 직접 운전을 한 혐의로 이런 체벌을 선고받았다고 외신들이 27일 현지 인권활동가들의 말을 빌려 보도했다. 사우디에선 여성 운전이 사실상 불법이다. 자스타니아의 변호인은 즉각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사우디에선 지난 5월부터 ‘여성운전 운동’이 활발하게 벌어지면서 여성 운전자들이 체포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으나, 실제로 법적 처벌이 선고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국제앰네스티 현지 담당자는 성명에서 “채찍 형은 잔인한 형벌”이라며 “여성들이 ‘이동의 자유권’을 행사하다 처벌받는 일이 계속된다면 국왕의 ‘개혁’ 조처가 크게 빛을 잃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보수적 이슬람 국가인 사우디에선 최근 몇년 새 압둘라 국왕이 여성인권 개선책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남성의 ‘부속인’에 불과했던 여성들에게도 신분증을 발급한 것을 시작으로, 2009년 사우디 사상 첫 여성 차관을 기용하고 최초의 남녀공학 대학교를 개설했다. 최근엔 여성 취업권과 실업수당도 보장했다. 사우디의 범아랍 위성방송 <알아라비야>는 27일 “국왕이 종교적, 보수적 반대에 맞서 여성의 권리를 지지했다”며 “국왕의 결정들은 정치적으로나 개인적으로 실익이 없지만, 대단히 중요하고 용감한 것”이라고 논평했다.
그러나 사우디의 종교지도자들과 남성 기득권층의 반발이 거세다. 압둘라 국왕은 ‘여성 참정권’을 발표하면서 “이는 샤리아(이슬람 율법)와 부합한다”는 해석을 덧붙여야 했다. 여성이 외출할 땐 반드시 남성 친인척이 동행하도록 하는 등 풍습과 제도의 장벽도 아직 높다. 사우디 법률 어디에도 여성운전 금지 조항은 없지만, 당국이 여성에겐 운전면허증을 발급하지 않아 여성 운전을 ‘불법’으로 만드는 식이다.
‘전통문화’ 옹호론자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서구 유학파 여성인 움 아흐메드는 27일치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에 “세상 사람 대부분은 우리(여성)가 압박받는다고만 볼 뿐, 우리가 서구를 모방하는 것엔 관심이 없다는 사실은 받아들이지 않는다”며 “‘진보’란 이름으로 우리의 종교와 정체성을 잃는 것을 우려한다”고 강조했다.
유엔개발계획(UNDP)의 2010년 보고서를 보면, 전세계 양성평등지수는 평균 56%인데 아랍권 대다수 국가들은 15~30%에 그쳤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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