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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아바스 ‘팔레스타인 영웅’으로 귀환

등록 2011-09-26 20:14

유엔 회원국 승인 추진으로
리더십 강화·여론지지 획득
“나는 유엔에서 여러분의 메시지를 전했고, 전세계가 우리의 요구를 경청했습니다. 우리는 그대들의 요구에 힘입어 강해졌으니, 팔레스타인 동포여, 고개를 높이 드십시오.”

25일 오후 요르단강 서안 라말라의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청사 앞 무카타 광장. 유엔총회를 마치고 돌아온 마무드 아바스 자치정부 수반이 수천명의 환영 인파 앞에서 연설했다. 주민들은 아바스의 사진과 팔레스타인 깃발을 흔들며 ‘아바스, 아바스’를 연호했다. 아바스가 팔레스타인의 영웅으로 우뚝 서는 순간이었다. 아랍 위성방송 <알자지라>는 “아바스가 ‘나약한 지도자’로 출국했다가 일찍이 누려보지 못한 ‘인기인’으로 귀환해 ‘대의의 인물’로 자신을 자리매김했다”고 전했다.

아바스는 지난 23일 유엔총회에서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수립의 당위성을 역설하고 미국의 압박에도 회원국 승인안을 제출한 뒤 안팎에서 뚝심을 인정받고 있다. 정치적 위상과 중량감도 이전과는 차원이 다르다. <에이피>(AP) 통신은 “아바스가 마침내 전임자인 야세르 아라파트 전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의장의 그림자에서 벗어나게 됐다”고 평했다.

아바스는 2004년 의문사한 아라파트의 뒤를 이어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를 이끌어 왔다. 그러나 아라파트나 가자지구를 점령한 무장정파 하마스와 달리 무장투쟁보다 정치협상에 더 무게를 두었다. 이스라엘과 서방은 그를 ‘대화 파트너’로 선호했지만, 내부에선 ‘유약하고 리더십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유엔 회원국 승인 추진’은 아바스의 정치적 승부수였고, 제대로 적중했다. 팔레스타인의 국제관계학자 마흐디 압둘하디는 “아바스가 팔레스타인 보통 사람들의 감성을 움직이고 민족적 자긍심을 고취했다”며 “아바스는 자신이 팔레스타인 독립을 이끈 지도자로 기억되기를 바랄 것”이라고 말했다. 범아랍 일간 <알하야트>의 칼럼니스트인 지하드 알카젠은 이날 “지난 33년간 유엔총회를 지켜봤지만 이번 총회에서 아바스에게 쏟아진 것보다 더 길고 우렁찬 박수는 보지 못했다”고 썼다.

팔레스타인이 당장 유엔 정회원국 지위를 얻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 그러나 아바스는 치솟는 인기를 바탕으로 팔레스타인 내부에서 정치적 입지를 굳히고 하마스와의 통합정부 구성 협상에도 주도권을 쥐게 됐다. 뿐만 아니라 향후 이스라엘과의 협상력도 크게 높아질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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