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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팔레스타인 ‘독립국 승인안’ 유엔 제출 임박 오바마의 딜레마

등록 2011-09-22 20:50

지난해 “1년 안 팔레스타인 독립국 건설” 로드맵 불구
“안보리서 거부권…팔-이 직접협상만이 평화보장” 주장
팔레스타인 ‘옵서버 국가’ 지위만 얻어도 ‘정치적 승리’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팔레스타인 독립국 승인 결의안이 유엔에 상정되는 것을 막고 중동 평화협상의 불씨를 되살리기 위해 막바지 안간힘을 쏟고 있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23일 유엔에 독립국 승인 결의안을 정식 제출할 계획이다. ‘팔레스타인 독립국’ 승인 문제는 올해 유엔총회의 최대 현안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21일 개막한 유엔총회 연설에서 “수십년 지속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분쟁을 단숨에 해결하는 지름길은 없다”고 말했다. “평화가 유엔의 성명이나 결의로 되는 건 아니다”라며 “그게 그렇게 쉬운 일이었다면 당장 이 자리에서 이뤄졌을 것”이라고도 했다.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건설은 이스라엘과의 직접 협상을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논리다. 결의안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올라올 경우 상임이사국으로서 ‘거부권’을 행사하겠다는 뜻을 강력히 내비친 것이기도 하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연설 뒤에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을 잇따라 만나 평화협상 재개를 압박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오바마에 이어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도 아바스 수반과 네타냐후 총리를 따로 만나 결의안 제출 유보와 평화협상 재개를 거듭 설득했다. 팔레스타인 독립 문제를 두고 미국의 최고 수뇌부가 숨가쁘게 움직인 것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오바마 대통령이 이스라엘에 ‘명예 배지’를 주어 감사하다”고 화답했다. 반면, 아바스 수반은 독립국 승인 결의안을 제출하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미국 의회는 유엔을 직접 압박하고 나섰다. 오린 해치 상원의원(공화당)은 21일 유엔 안보리나 총회가 팔레스타인의 지위를 격상할 경우 미국의 유엔 분담금을 삭감하겠다고 경고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전했다. 해치 의원은 이날 ‘이스라엘과의 연대’ 법안을 발의하면서 “실수하지 말라. 미국의 친구이자 동맹국(이스라엘)의 안보를 해치려는 시도에는 그에 상응하는 결과가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외교적 수사마저 걷어낸 노골적 발언이다.

‘팔레스타인 독립’에 대한 미국의 태도는 오바마 정부의 중동정책이 처한 현실적 딜레마를 그대로 보여준다.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2009년 6월 이집트와 터키 등을 순방하면서 ‘이슬람과의 화해와 공존’을 강조했다. 꼭 1년 전인 지난해 9월에는 ‘1년 내 팔레스타인 독립국 건설’을 뼈대로 한 중동평화 로드맵을 제시하고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협상 재개를 적극 중재해왔다.

오바마의 이런 노력은 이스라엘이 ‘유대인 정착촌’ 건설을 강행하면서 빛이 바랬고, 중동평화협상은 파탄났다. 팔레스타인이 ‘독립국 건설’ 문제를 유엔으로 들고 온 것도 미국에 대한 실망과 불신이 깔려 있다. 팔레스타인은 이번에 ‘독립국’까지는 아니라도 ‘옵서버 국가’ 지위만 확보해도 ‘정치적 승리’를 거두는 셈이어서 잃을 게 없다.

반면 미국은 5개 상임이사국 중 ‘나홀로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예상되는 아랍권의 거센 반발도 무시할 수 없다. 미국이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을 집요하게 설득하고 압박하는 것도 이같은 부담을 덜고 중동평화협상 재개를 위한 시간을 벌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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