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 ‘가자구호선 피격’
UN “과했지만, 합법” 보고서
이스라엘 사과 거부도 영향
UN “과했지만, 합법” 보고서
이스라엘 사과 거부도 영향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해상 봉쇄와 군사공격을 둘러싼 터키와 이스라엘의 외교 갈등이 최악의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유엔의 조사보고서와 이스라엘의 사과 거부가 불을 당겼다.
지난해 5월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로 향하던 국제구호선단을 공격해 터키의 인권운동가 9명이 숨진 사건에 대해, 유엔 진상조사단은 15개월 만인 지난 2일 조사보고서를 공식 발표했다. 보고서는 “이스라엘의 가자 구호선 공격은 지나쳤고 비합리적이었다”고 지적하면서도 “이스라엘의 해상 봉쇄는 합법적”이라는 모호한 태도를 취했다.
터키는 즉각 반발하며 외교관례상 극히 이례적인 강경책들을 쏟아냈다. 터키 외교부는 이날 자국 주재 이스라엘의 2등 서기관급 이상 외교관을 모조리 추방하고 양국간 군사조약을 동결한다고 선언했다. 이스라엘을 국제법정에 제소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사실상 외교관계 단절에 버금가는 초강경 조처다.
미국 주재 터키 대사관은 공식성명을 내어 “터키는 범죄행위(이스라엘의 가자구호선 공격)에 책임이 있는 이스라엘의 모든 군인과 관리들에 대한 법적 조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아흐메트 다부토울루 터키 외무장관도 3일 “이스라엘이 자신들의 행동에 대가를 치를 때가 왔다”며 이스라엘을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소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터키는 지난해 5월 이스라엘 주재 자국대사를 소환하고 이스라엘 군용기의 자국 영공 통과를 금지한 바 있으나, 이번 조처들은 여기에서 훨씬 더 나간 것이다.
팔레스타인의 중동평화협상 대표인 사에브 에레카트도 3일 <아에프페>(AFP) 통신에 “유엔의 가자보고서는 국제법에 근거하지 않은 정치적 보고서”라고 비판했다.
이스라엘은 “터키와의 관계 정상화를 바란다”면서도 터키가 요구하는 사과와 피해보상은 할 수 없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대니 아야론 이스라엘 외무차관은 3일 자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은 위기를 피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해왔다”며 “터키는 화해할 준비가 돼있지 않으며 (화해의) 문턱을 높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국제사회는 터키-이스라엘의 극한 대립이 중동지역 긴장의 또다른 불씨가 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은 3일 “중동 지역의 전반적 상황을 볼 때 두 나라의 관계 정상화가 매우 중요하다”며 “양국 관계가 회복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말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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