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개국 파리서 만나…동결자산 해제 등 지원 약속
군사개입 주도한 프랑스·영국, 재건사업 등에 눈독
군사개입 주도한 프랑스·영국, 재건사업 등에 눈독
세계 63개국과 국제기구 대표들이 1일 프랑스 파리에 모여 리비아 사태의 후속조처를 논의했다. 리비아 내전에서 반군을 지원한 나라들인 ‘리비아 접촉그룹’이 ‘리비아의 친구들’로 이름을 바꾼 첫 회의다. 이날은 공교롭게도 무아마르 카다피가 무혈 쿠데타로 집권한 지 꼭 42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참가국들은 회의에서 ‘신생 리비아’의 탄생을 축복하고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리비아 과도국가평의회(NTC)를 리비아의 유일한 합법적 지도부로 인정할 것을 유엔에 촉구했으며, 150억달러에 이르는 리비아 동결자산의 즉각 해제도 약속했다.
그러나 이날 회의는 각국이 속으론 리비아 재건을 둘러싼 저마다의 이해득실 계산에 바빴던 ‘리비아 이권 그룹’ 모임이기도 했다.
리비아 재건에 가장 발빠르게 움직이는 나라는 프랑스와 영국이다. 리비아 군사개입을 주도한데다, 리비아의 석유자원과 향후 인프라 구축을 둘러싼 경제적 이익이 막대하기 때문이다. 프랑스는 76억유로(약 11조5000억원)의 리비아 자산을 갖고 있다. 영국도 리비아 동결자산 1억4000만파운드를 리비아 디나르화로 찍어 리비아로 공수하기 시작했다.
미국은 1988년 팬암기 폭파 사건의 범인인 리비아의 전 정보요원 압델바셋 알리 메그라히를 재수감하거나 미국에 넘기라고 리비아 과도국가평의회를 압박했다. 이탈리아는 5억유로(7580억원)의 리비아 동결자산을 해제하고 정유시설 등 자국이 투자한 이권 보호에 나섰다. 리비아를 통해 유입되는 불법이민 차단도 주요 관심사다.
서방의 군사개입을 비판해왔던 진영도 달라진 현실에 재빠르게 적응하려는 모습이었다. 러시아는 이날 리비아 과도국가평의회를 “실질적 권력으로 인정한다”며 “기존 조약의 유지와 성실한 이행”을 희망했다. 러시아는 무아마르 카다피 전 리비아 정권과 수십억달러 규모의 경제협력 및 무기판매 계약을 맺었다.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 5개국 중 유일하게 리비아 반군을 공식 인정하진 않고 있는 중국도 이날 회의에 특사를 파견했다. 중국이 카다피 정권 시절 리비아와 맺은 투자계약은 200억달러(21조 2600억원)에 이른다.
한편 카다피는 1일 시리아 방송으로 내보낸 육성 메시지에서 “절대 항복하지 않겠다”며 추종세력들에게 “반군을 상대로 게릴라전을 벌이라”고 촉구했다. 이날 리비아 반군은 카다피군의 항복 시한을 오는 10일까지로 일주일 연장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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