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다피쪽 저격수, 도심·외곽 곳곳서 완강히 저항
‘승전선언’ 반군, 치안확보 실패…유령도시 변해
‘승전선언’ 반군, 치안확보 실패…유령도시 변해
리비아 반군이 무아마르 카다피의 관저 밥 알아지지야까지 점령했지만, 수도 트리폴리는 오히려 거리 민간인의 발길이 뚝 끊긴 ‘유령도시’가 되고 있다.
반군이 입성한 지 닷새째인 25일에도 트리폴리에선 요란한 총성과 폭음이 그치지 않고 있다. 카다피 친위군 잔병들이 카다피 지지 강세 지역인 아부살림 지역 등 시내 곳곳을 거점 삼아 반군에 완강히 저항하고 있기 때문이다. 밥 알아지지야에도 카다피 지지 무장세력이 인근에서 쏘아대는 총탄과 로켓탄이 여전히 날아들었다. 반군이 도시 전체를 완전히 장악하지 못한 채 산발적인 시가전이 계속되면서 치안공백 상태에 빠진 모습이다.
반군은 수백미터 간격으로 검문소를 설치하고 카다피군 소탕전에 나서는 등 치안 확보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러나 도심 거리에선 치열한 전투의 흔적과 온갖 쓰레기들이 넘칠 뿐 민간인은 거의 찾아볼 수 없으며, 카다피 쪽 저격수들은 트리폴리 공항과 연결되는 길목을 끊어놓고 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보도했다.
이날 오후 수많은 외신기자들이 모여 있는 트리폴리 중심부 코린시아 밥 아프리카 호텔에도 총격이 이어졌다. 기자들이 나흘간 억류돼 있던 릭소스 호텔에서 6㎞가량 떨어진 이 호텔에 머물고 있던 <아에프페>(AFP) 특파원은 “호텔 입구 바로 앞에서 맹렬한 총격전이 벌어지고 있다”며 “저격수 공격이다. 호텔이 총격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서쪽으로 50㎞ 떨어진 자위야에서 트리폴리로 들어오던 <코리에레 델라 세라>에서 파견된 기자 등 이탈리아 기자 4명이 고속도로에서 카다피 지지세력으로 추정되는 무장괴한들에게 납치됐다가 하루 만인 24일 풀려나기도 했다. 피랍 기자들은 트리폴리 도심의 한 아파트에 억류됐다가, 감금 장소로 들이닥친 청년 2명에 의해 구출됐다.
앞서 지난 22일엔 일부 반군과 주민 200여명이 카다피의 3남 사디와 외동딸 아이샤가 살던 고급주택을 습격해 귀중품에서부터 청바지와 칫솔까지 닥치는 대로 약탈했다. 사디의 호화 빌라에는 흰색 람보르기니를 비롯해 베엠베(BMW), 아우디, 도요타 등 고급 승용차가 4대나 있었고, 사무실에는 요트와 자동차 카탈로그가 쌓여 있었다고 한다. 아이샤의 집에 들어간 한 주민은 <에이피> 통신에 “넓은 잔디를 지나 고무보트가 떠 있는 수영장을 보면서 ‘내가 보고 있는 것을 믿을 수 없을 지경이었다’”고 말했다.
밥 알아지지야도 약탈을 비켜가지 못했다. 한 반군 병사는 24일 카다피의 침실에서 커다란 금사슬을 목에 걸고 나오며 “이럴 수가”를 연발했다고 영국 <스카이 뉴스>에 털어놨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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