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포됐다던 차남 재등장
리비아 반군이 승리의 대세를 굳힌 가운데,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 쪽이 수도 트리폴리 등에서 최후의 저항에 나서고 있다.
반군은 23일(현지시각) 카다피의 요새화된 관저인 밥 알아지지야 인근과 트리폴리 도심 곳곳에서 카다피 친위군의 저항에 맞닥뜨리고 있다고 영국 <비비시>(BBC) 등 외신들이 전했다. 반군이 트리폴리의 주요 거점을 속속 장악함으로써 ‘카다피 시대의 몰락’은 기정사실화됐지만 마지막 매듭이 풀리지 않는 형국이다.
앞서 22일 리비아 과도국가평의회의 무스타파 압둘잘릴 위원장은 외신기자 회견을 열어 “카다피의 시대는 끝났다”며 사실상의 승리 선언을 했다. 또 다음주에는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서방 대표들과 반군 대표들이 터키 이스탄불에서 회동하기로 하는 등 과도정부 수립의 로드맵도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트리폴리를 비롯한 실제 전황은 그리 녹록지 않아 보인다. 반군은 녹색광장과 국영방송국 등 트리폴리 동북부를 장악하고 곳곳에 검문소를 설치해 치안 유지에 나섰다. 반면 카다피 친위군은 관저인 밥 알아지지야와 릭소스호텔 등 남서부 지역에서 중무장한 채 완강하게 저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적십자위원회가 이날 “트리폴리의 병원에 의사 한명이 수십명의 부상자들을 돌보고 있다”며 인도주의적 위기상황을 호소하는 등 민간인 희생 우려도 커지고 있다.
특히 체포됐다고 알려졌던 카다피의 유력 후계자인 차남 사이프 이슬람(39)이 이날 새벽 ‘깜짝 출현’해 리비아의 불확실한 현재를 드러냈다. 사이프는 트리폴리 남부 도심의 릭소스호텔에 경호원들과 함께 나타나 외신기자들과 인터뷰까지 했다. 전날 반군에 항복해 가택에 구금돼 있다던 카다피의 장남 무함마드도 탈출했다고 반군 소식통이 밝혔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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