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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재스민혁명 반년…카다피도 무너졌다

등록 2011-08-22 19:56수정 2011-08-23 09:55

리비아 반군 트리폴리 장악
카다피 42년 철권통치 붕괴
오바마 “자유와 존엄의 승리”
42년간 리비아에서 철권통치를 해온 권위주의 정권이 사실상 무너졌다.

무아마르 카다피(69) 국가지도자에 맞서는 리비아 반군이 21일과 22일(현지시각)에 걸쳐 수도 트리폴리의 주요 거점지역을 장악했다고 아랍 위성방송 <알자지라> 등 외신들이 전했다. 카다피의 차남이자 최측근 실세였던 사이프 이슬람도 반군에 체포됐고, 카다피 지지자들이 모이던 도심 녹색광장까지 반군이 장악했다. 무스타파 압둘잘릴 과도국가평의회 위원장은 ‘인어의 새벽’ 작전 시작 이틀 만인 22일 기자회견을 열어 “카다피의 시대는 끝났다”고 선포한 뒤 “카다피가 생포돼 (국제전범재판소에서) 공정한 재판을 받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지난 2월 아랍 전역을 휩쓴 민주화 시위의 물결이 리비아에도 밀어닥친 지 꼭 6개월 만에 카다피의 최후 방어선이 붕괴되면서, 영속할 것 같았던 무소불위의 권력도 속절없이 허물어진 것이다.

22일에는 트리폴리 중심부에 있는 카다피의 관저이자 요새인 밥 알아지지야 인근에서 폭음과 총성이 들리며 치열한 교전이 벌어졌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전했다. 카다피의 행방은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체포나 망명 여부와 상관없이 카다피 정권은 종막을 맞았다.


지난 1월과 2월 리비아와 좌우로 국경을 접한 튀니지와 이집트에서 잇따라 독재정권이 무너지면서 카다피 정권도 거센 반정부 시위에 부닥쳤다. 카다피 역시 무력진압에 나섰으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의결과 나토의 군사개입으로 리비아 사태는 전면적 내전으로 확대됐다. 민중들의 자생적 민주화 운동이라는 성격은 반정부세력 내부의 다양한 이해관계와 외국군의 개입으로 순수성이 바랜 것은 사실이다. 카다피가 나토군을 제국주의 세력으로 비난하면서 지지자들에게 저항을 촉구하며 버틸 수 있었던 것도 이런 배경에서였다.

그러나 1970~80년대 서방 제국주의에 맞서는 아이콘이자, 최측근들로 권력의 성채를 쌓고 장기독재를 해온 카다피도 나토군과 반군의 끈질긴 공세에 결국 쫓겨나는 신세가 되고 있다. 이로써 카다피는 자인 엘아비딘 벤알리(튀니지)와 호스니 무바라크(이집트)에 이어 ‘아랍의 봄’으로 권좌에서 쫓겨나는 세번째 독재자로 기록되게 됐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1일 휴가지에서 리비아 상황을 보고받은 뒤 “트리폴리가 독재자의 손아귀에서 빠져나오고 있다”며 “리비아 국민은 존엄과 자유에 대한 보편적 추구가 독재자의 철권보다 훨씬 강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조일준 기자, 워싱턴/권태호 특파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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