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냐 치안인력 부족
“소말리아에 캠프를”
“소말리아에 캠프를”
최악의 기근과 내전을 피해 인접국 케냐로 건너온 소말리아 난민들이 그 곳에서도 온갖 폭력에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
케냐의 국경지대에서 약탈자들과 깡패들이 살길을 찾아온 소말리아 난민들을 공격하고 있으나, 케냐 경찰당국은 치안을 유지할 인력이 부족한 실정이라고 <에이피>(AP) 통신이 9일 전했다.
며칠씩 걸려 케냐 국경을 넘어온 재해 난민들은 세계 최대 규모의 유엔 난민캠프가 있는 다다브에 닿기도 전에 폭력배들에게 얼마간의 물과 돈을 포함한 모든 소지품을 강탈당한다. 남성들은 심하게 맞거나 살해당하고, 여성들은 야만적인 성폭행에 만신창이가 된다.
다섯 자녀 중 둘을 피난길에 잃은 한 30살 여성은 케냐 땅을 밟자마자 괴한들에게 성폭행을 당한 뒤, 끊임없이 “소말리아에 남아있었어도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넌 곤경을 피해 또다른 곤경으로 뛰어든 거야”라고 자문자답을 한다고 털어놨다.
임신 중인 한 여성은 매복 중이던 폭력배 5명에게 집단성폭행을 당했다. 그건 더욱 고약한 ‘인간성 파괴’의 시작이었을 뿐이다. “총을 든 자들이 (우리의) 남자 형제들에게 가족의 여성들을 성폭행하라고 강요했어요. 몇몇은 살기 위해 시키는 대로 했지만, 차라리 죽는 게 나았지요.” 그 여성의 시동생은 “당신들도 남자고, 나도 남자다. 살고 죽는 건 신의 뜻이니, 나를 죽이든가 보내달라”며 거부했다가 결국 살해됐다.
국제구호단체의 한 현지 활동가는 “이건 인간의 비극이다. 이런 사태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개탄했다. 그러나 이런 범죄들이 공식 보고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사건 조사와 범죄자 처벌이 어려운 이유다.
다다브 경찰서장 넬슨 탈리티는 “(케냐의) 치안당국이 긴 국경지대를 충분히 순찰하기 힘들다”며 “어떤 자들의 소행인지는 모르나 소말리아인들과 케냐인 모두가 국경지대에서 준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다수 피해자들은 남자들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 국경지대를 넘어오다 봉변을 당한다”며, 난민들에게 공식 국경통과소로 입국할 것을 권고했다.
다다브 난민캠프는 그나마 치안이 안전한 편이지만, 10일 현재 수용인원 9만명보다 3.5배나 많은 40만명의 난민이 넘쳐나면서 몸살을 앓고 있다. 음와이 카바키 케냐 대통령은 지난 8일 케냐를 방문한 조 바이든 미 부통령의 부인에게 “난민들이 너무 많이 몰려들어 몹시 힘들다”며, 소말리아 안에 난민캠프를 지어달라고 요청했다. 국제적십자사는 다다브 외곽에 안전지대를 마련하기로 하고, 여성 난민들에겐 호신용 호루라기와 손전등을 나눠주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세계식량기구(WFP)는 소말리아를 비롯한 ‘아프리카의 뿔’ 지역의 기근 대처에 1억달러의 추가 기부금이 필요하다고 보고, 오는 18일 회원국 장관급 회의를 열 계획이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한편 세계식량기구(WFP)는 소말리아를 비롯한 ‘아프리카의 뿔’ 지역의 기근 대처에 1억달러의 추가 기부금이 필요하다고 보고, 오는 18일 회원국 장관급 회의를 열 계획이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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