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봉쇄로 손님 없어
지난주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에 최초의 5성급 호텔인 알마시타 호텔이 문을 열었다. 8층 건물, 222개의 객실엔 화려한 조명등과 넓은 침대, 평면 텔레비전 등이 구비됐다. 고급 레스토랑과 수영장도 갖췄다. 탁트인 지중해의 풍광도 수려하다. 없는 것도 있다. 이슬람 지역이라 술을 팔지 않는다. 매끈한 수영복 차림의 여성도 찾아볼 수 없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손님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고 <에이피>(AP) 통신이 전했다.
중동의 화약고 가자지구에 5성급 호텔은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호텔 건축이 시작된 1998년만 해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영토와 평화의 교환’에 합의한 평화협정을 체결하면서 평화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관광객이 넘칠 것이란 기대도 컸다. 팔레스타인 투자회사 파디코는 4700만달러를 들여 호텔을 착공했다.
그러나 2000년 동예루살렘을 둘러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대립이 2차 인티파다로 폭발하면서 사정이 돌변했다. 이후 내내 총성과 폭발음이 끊이지 않은 가운데 호텔은 2006년 건물 뼈대를 올렸으나, 이듬해 팔레스타인 내전과 2008년 이스라엘의 가자 침공으로 다시 망가졌다. 그 뒤론 이스라엘의 철통 봉쇄로 건자재 반입이 불가능했다. 착공 13년 만인 올해 호텔이 완공됐지만 지금으로선 투숙객을 기대할 수 없다.
파디코 쪽은 건축비를 조금이라도 건지기 위해 80개 객실에 한해 영업을 개시했다고 밝혔다. 호텔 홍보매니저 사디 아가는 “호텔 개장이 리스크가 크지만 가자지구엔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주에 국제구호단체 종사자와 신혼부부 등 10명이 로열스위트룸(하룻밤 880달러)에 묵었다고 귀띰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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