탱크 수백대, 반정부 도시 하마 장악
31일 이후 140명 등 1700여명 학살
라마단 기간 오히려 진압 강도 높여
31일 이후 140명 등 1700여명 학살
라마단 기간 오히려 진압 강도 높여
이집트의 독재자 호스니 무바라크가 국민의 심판대에 선 3일, 시리아에선 여전히 무자비한 유혈진압이 계속됐다. 정의와 평화, 인간 존중이라는 가르침을 되새기는 이슬람의 성월 ‘라마단’ 기간(지난 1일 시작)이라는 점이 무색할 정도로, 거리는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민들의 피로 물들고 있다.
시리아 정부군이 반정부 시위대의 거점 도시 하마에서 라마단 저녁기도를 끝내고 나온 시민들에게 표적 사격을 재개하는 등 사흘째 포격을 이어갔다고 <로이터> 통신 등 외신들이 3일 보도했다. 포격 재개와 함께 정부군은 이날 수백대의 탱크를 앞세워 하마를 장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도 다마스쿠스 외곽의 무아다미야와 북서부 항구도시 라타키아에서도 시위대에 총격을 가해 수십명이 다쳤다고 아랍권 위성방송 <알자지라> 등 외신들이 전했다.
인권단체 ‘아바즈’는 이날 저격과 포격 등으로 하마에서만 5명이 목숨을 잃고 36명이 다치는 등 지난달 31일 이후 나흘새 시리아 전역에서 140여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주장한다. 하마는 바샤르 아사드 현 대통령의 아버지인 하페즈 아사드 전 대통령이 1982년 반정부 봉기에 나선 수니파 무슬림 2만여명을 학살한 곳이다.
이슬람권에선 라마단 기간에는 전쟁도 중단하는 것이 관례인데도, 아사드 정권이 유혈진압의 강도를 높이고 있는 것은 시민들의 저녁기도 모임이 반정부 시위로 확대되는 것을 원천봉쇄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시리아에선 튀니지와 이집트에서 시작된 ‘재스민 혁명’의 기운을 타고 지난 3월15일부터 반정부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아사드 정권은 개혁 조처를 약속하면서도, 외국의 지원을 받는 ‘무장집단’이 폭력을 자행하고 있다며 유혈진압을 계속하고 있다. 다섯달 가까이 계속된 유혈사태로 숨진 사람만 1700명이 넘는다는 얘기가 나오지만, 진상 파악을 원하는 외국 취재진과 활동가들의 입국을 막고 있는 상태다.
사태가 심각해지면서 국제사회에서도 시리아 정부에 대해 강력한 추가 제재가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미국 내 시리아 반정부 인사들은 2일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과 비공개 회동을 하고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아사드 대통령의 즉각 퇴진을 촉구하는 한편, 시리아 정부에 대한 유엔의 추가 제재에 힘써줄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시리아에 대한 국제사회의 개입은 별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2일 시리아 사태에 대한 대응을 놓고 8시간이나 비공개 토론을 했지만, 시리아 규탄 결의안 채택에 실패했다. 특히 리비아식의 군사개입에 대해선 꺼리는 목소리가 높다. 리비아 군사개입을 이끌었던 프랑스는 “리비아와 시리아의 상황은 같지 않다”며 선을 그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