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바라크, TV 생중계 속 모든 혐의 부인해
카이로 1천명 경비…엄정한 재판 의구심도
카이로 1천명 경비…엄정한 재판 의구심도
호스니 무바라크 전 이집트 대통령이 3일(현지시각) 열린 첫 재판에서 무죄를 주장했다.
창백한 얼굴로 이동식 침대에 누운 채 두 아들 및 측근들과 나란히 재판을 받은 무바라크는 검사가 시위대 학살과 부정축재 등 4가지 혐의를 적시하자 곧바로 “모든 혐의를 전적으로 부인한다”고 반박했다.
무바라크는 오전 9시께 샤름엘셰이크의 병원에서 군용 헬기를 타고 특별법정이 마련된 경찰아카데미 운동장에 도착한 뒤 구급차를 타고 건물로 직행했다. 재판은 10시10분에 재판부가 입정하면서 시작돼, 오후 2시까지 네 시간 동안 열렸다. 법정 주변에선 군경 1000여명이 삼엄한 경비를 펼쳤다.
무바라크는 이집트 법정의 전통에 따라 흰옷을 입고 검은색 금속 철창 안에 갇혀 재판을 받았다. 다만 악화된 건강상태를 고려해 이동식 병원침대에 누워 재판을 받는 것은 허용됐다.
첫 심리의 재판부는 카이로 항소법원의 아흐메드 리파아트 판사(재판장)와 2명의 배석판사 등 3명의 판사가 맡았다. 600여명의 방청객과 외신기자들이 법정을 가득 메웠으며, 이집트 국영 텔레비전 방송이 재판을 생중계했다. 그러나 다른 언론과 방청객들한테는 촬영이 허용되지 않았다.
첫 재판부터 피고 쪽과 희생자 유가족의 변호인, 검사들은 팽팽한 기싸움을 벌였다. 피고의 변호인은 사건 조사가 미흡하다며 재판을 한달 연기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유가족의 변호인단은 이를 거부했다. 유가족 변호인단은 재판부에 무바라크의 최측근 출신인 무함마드 탄타위 최고군사위원회 의장의 소환을 요청하기도 했다. 최고군사위는 이집트 총선과 대선 이전까지 과도정부 구실을 하는 최고권력기구다.
이집트 시민사회에선 이번 재판에 대한 기대와 함께, 최고군사위원회 체제에서 공군 참모총장 출신의 무바라크에 대한 엄정한 재판이 이뤄질지에 대한 의구심이 엇갈리고 있다.
카이로대학의 무스타파 카멜 교수는 3일 영국 <비비시>(BBC) 방송에 “군부에는 군 지휘관들을 욕보여선 안 된다는 동료의식이 있는데다, 탄타위 최고군사위 의장이 무바라크 재임 당시 대통령 경호대장 출신”이라고 지적했다. 이집트 군부는 1952년 나세르 혁명 이후 대체로 국민의 신뢰와 지지를 받아왔다.
시민 모나 세이프는 <알자지라>에 “무바라크는 부패정권의 화신”이라며 “민중들이 혁명이 실제로 진행되고 있다는 확신을 얻기 위해서라도 그의 재판을 지켜보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시민 모나 세이프는 <알자지라>에 “무바라크는 부패정권의 화신”이라며 “민중들이 혁명이 실제로 진행되고 있다는 확신을 얻기 위해서라도 그의 재판을 지켜보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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